[기고] 군위군의회, 칼 대신 붓으로 미래를 다시 썼다
최규종 군위군의회 의장
2025-11-20 대경일보
군위군은 지금 대구 편입, 통합신공항 건설, 군부대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전례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작은 군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규모지만, 군위는 멈추지 않았다. 익숙한 길을 붙잡기보다 새로운 흐름을 향해 나아가는 결단을 택했다.
최근 신공항 일정과 절차를 둘러싸고 여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변화가 클수록 흔들림도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방향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군위군의회는 과장된 추측을 경계하며, 군민의 목소리와 사실에 근거한 판단으로 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군정과 함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의회의 본질은 군정의 견제지만, 견제만으로는 거대한 변화를 통과할 수 없다. 신공항 논의가 복잡하게 얽힐 때 의회는 군민 의견을 갈무리해 흐름을 하나로 정리했고, 군부대 재편 과정에서는 불안이 지역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조용한 조율자로 움직였다. 속도를 내야 할 때는 뒤에서 밀어주고, 속도를 늦춰야 할 순간에는 앞에서 방향을 잡는 것, 군위군의회는 그 균형을 지켜왔다.
군위의 변화는 아직 ‘첫 장’일 뿐이다. 신공항 배후도시 전략, 교통망 확장, 군사·생활 인프라 재정비, 정주 환경 개선, 농산업·관광·브랜드 재정비 등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이어진다. 변화의 규모가 커질수록 의회의 역할은 더 무겁고 섬세해진다.
군위군의회는 이미 그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예산은 장기적 관점에서 면밀히 살폈고, 정책 판단은 군민의 삶과 안전을 중심에 두었다. 작은 생활 기반 개선부터 지역의 새로운 성장 축을 세우는 논의까지, 의회는 군민 의견이 정책에 스며들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더 큰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겠지만 군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방향을 잡아주는 손인 군의회가 있고, 속도를 조절할 판단이 있으며, 무엇보다 군정과 의회가 같은 쪽에서 돛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기는 불안도 가져오지만, 방향을 잃지 않는 곳에서는 오히려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든다.
군위군의회는 나라가 흔들릴 때 칼을 버리고 붓을 든 일현스님의 뜻을 받들고 정신을 이어갈 것이다. 신공항과 군부대, 도시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갈등의 칼을 드는 대신 군민의 뜻을 모아 흐름을 잇는 붓을 들어 군위의 내일을 한 줄 한 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역사는 칼의 흔적보다 붓의 기록을 오래 남긴다’ 흩어진 흐름을 다시 잇는 사람들의 선택이 결국 다음 시대의 첫 문장을 만든다. 지금 군위군의회가 선택한 이 조용한 붓끝이 군위의 다음 백 년을 여는 첫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