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 1심… 나경원 2400만원·황교안 1900만원 벌금형
법원 “의총서 봉쇄 결의… 회의장 점거·감금 등 공모 인정” “면책특권·저항권 해당 안 돼”… 채이배 감금도 특수공무집행방해 유죄 벌금 확정돼도 의원직 유지… 현직 지자체장들도 형 유지 가능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1심에서 줄줄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면책특권도, 저항권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들이 정치적 동기로 행동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벌금형을 택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 중 23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벌금 2400만원을, 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에게는 1900만원을 선고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은 1150만원을 받았다.
현직 선출직 공무원들 가운데 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 의원은 각각 850만원, 1150만원, 750만원, 55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각각 750만원,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과거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만든 의사결정 방식을, 그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질타했다. 이어 “분쟁의 발단이 된 법안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행위임은 부인할 수 없다”며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지켜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으로 동료 의원의 활동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봉쇄하기로 결의했고, 그에 따라 회의장 점거와 물리력 행사가 이뤄졌다”며 “이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고, 저항권 행사로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행위 역시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은 해당 법안의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며 “사건 발생 이후 여러 차례의 총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정치적 평가도 일정 부분 이뤄졌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1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이들은 의원직이나 지자체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당선무효가 되지만, 이번 사건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해 벌금형만으로는 직을 잃지 않는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서 발생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의 본회의 출석을 막기 위해 의원실을 점거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며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 황 전 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 송 의원에겐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벌금형으로 선고했다. 고(故) 장제원 전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사망을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