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첫 G20, 트럼프 불참 속 첫날 선언문 채택… 2028년 개최지는 한국

정상선언, 이례적으로 개막 첫날 전격 채택 기후·부채·분쟁 등 민감 의제 담고도 한국 포함 대부분 동의 남아공 “대사대리엔 의장국 안 넘긴다”… 美와 끝까지 대치

2025-11-23     이승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개막 첫날 채택됐다. 관례상 회의 마지막 날 발표되던 선언문을 첫날 통과시킨 것은 이례적이며, 미국의 반대 입장에 맞선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의는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개막했다. 미국은 남아공 정부가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회의를 보이콧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불참했다. 미국은 이후 현지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며 선언문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남아공에 공식 전달했다.

그러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개회식에서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는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며 이를 강행했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도 “회의 시작 시점에 컨센서스로 선언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정상선언문은 총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구성됐다. 선언문에는 G20의 다자주의 정신과 합의 중심 운영 원칙, 국제적 의무에 따른 회원국 동등 참여 원칙이 명시됐다. 

특히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콩고민주공화국·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우크라이나에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빈국의 과도한 부채 문제 등 미국이 꺼리는 의제들도 다수 포함됐다. 미국의 반대가 있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정상선언문에 한국도 찬성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정부 입장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선언문은 아울러 “2026년 미국, 2027년 영국에 이어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G20 의장국이 된다.

정상선언 외에도 디지털 공공인프라 확대, 유아·기초교육 투자, 문화재 반환 지지, 난민 인권 보장, 관광 및 항공 연결성 확대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가 진행되고 있다. G20 진행위 제공

한편 이번 회의에는 G20 주요국 정상 중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 모두가 불참해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었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회의는 ‘포용적 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23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미국은 폐막식에도 대통령 대신 주재국 대사대리만을 파견했으나, 남아공은 이를 의장국 이양식의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장관은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G20 의장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남아공에 도착해 G20 개회식, 세션1·2 회의에 참석했으며 프랑스·독일 정상 및 믹타(MIKTA) 회원국 정상들과 양자·다자 회동을 진행했다. 

23일 오전 세션3에 참석한 뒤 현지 동포들과 오찬을 가진 이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국인 튀르키예로 향할 예정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 때 착용한 ‘통합’ 넥타이를 다시 착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