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日영화 최초 연간 박스오피스 1위… “한국 극장가도 베었다”
누적 관객 564만 돌파… ‘좀비딸’ 제치고 올해 최고 흥행작 등극 굿즈·N차 관람·4DX 효과까지… 팬덤이 만든 흥행 신화 한국 영화의 부진 속 이룬 기록… “기세는 날카로웠지만 상황도 도왔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무한성편’)이 2025년 한국 극장가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됐다.
2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무한성편’의 누적 관객 수는 564만1537명으로, 기존 1위였던 ‘좀비딸’(563만7455명)을 4000여 명 차이로 앞섰다.
일본 영화가 한 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통합전산망이 도입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제작 국가를 불문하고, 애니메이션 영화가 연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무한성편’은 애니메이션 시리즈 ‘귀멸의 칼날’ 최종 결전을 그리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귀살대와 혈귀 간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는 ‘무한성’을 배경으로 주인공급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며 팬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악역 캐릭터에게도 서사를 부여해 감정이입을 유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작품은 개봉 직후부터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사전 예매량 92만장,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열흘째 300만, 18일째 400만을 넘겼고, 3개월 만에 500만을 돌파했다. 이달 초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이던 ‘스즈메의 문단속’(558만9861명)도 제쳤다.
팬덤의 충성도 높은 ‘N차 관람’ 문화도 흥행을 견인했다. ‘무한성편’은 개봉 첫 주부터 매주 인기 캐릭터 관련 굿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며 반복 관람을 유도했다.
스티커, 키링, 성우 인터뷰 책자 등 희소성 있는 굿즈를 모으기 위해 팬들이 상영관을 옮겨 다니며 ‘예매 전쟁’에 나섰다. 주요 장면과 복선을 공유하는 온라인 활동도 활발했다.
4DX, IMAX,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 흥행도 두드러졌다. CGV에 따르면 ‘무한성편’의 4DX 글로벌 박스오피스 수익은 2930만 달러(약 431억 원)를 기록해 올해 전 세계 4DX 상영작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역대 4DX 작품 중 글로벌 8위다.
일본에서는 지난 16일까지 누적 관객 2604만 명, 흥행 수입 379억 엔을 기록했고, 중국에서는 개봉 사흘 만에 3억위안(약 6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누적 수익은 1063억엔(약 1조500억원)으로, 일본 영화 최초로 글로벌 박스오피스 1000억엔을 돌파했다.
다만 이번 기록에는 한국 영화의 부진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한성편’의 관객 수는 564만명으로, ‘겨울왕국 2’(1376만), ‘알라딘’(1280만), ‘아바타: 물의 길’(1082만) 등 해외 애니메이션 흥행작보다 적은 수치다. 하지만 올해 이 기록을 넘긴 한국 영화는 없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전에도 천만 관객을 넘긴 애니메이션은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이 사랑받은 한국 영화들이 늘 1위를 지켰다”며 “올해는 한국 영화 전반의 부진 속에서 ‘귀멸의 칼날’이 상대적으로 돋보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