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공세에 증시·환율 동반 불안… 시장 전반 위험회피 확산
반도체주 5~8% 급락·코스피 3850선 붕괴… 달러 강세 속 원화 실질가치도 하락
2025-11-23 이부용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밀리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3% 넘게 떨어졌고, 환율과 가상자산 시장까지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1.59p(3.79%) 내린 3853.26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5.77%, SK하이닉스는 8.76% 하락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2조8220억원을 순매도하며 급락을 주도했고, 개인은 2조29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27.99p(3.14%) 떨어진 863.95로 장을 마쳤다.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커진 영향이 국내 시장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환율은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을 나타냈다.
장중 1476원까지 올라 지난 4월 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화·위안화 약세 흐름이 겹치며 원화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10월 말 기준 89.09로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한국은 일본·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으며, 한 달간 하락폭도 두 번째로 컸다.
원화 가치가 주요국 대비 빠르게 떨어지면서 국제 구매력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54% 내린 1억2791만원, 이더리움은 1.77% 하락한 416만8000원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FOMC를 앞둔 불확실성과 기술주 전반의 고평가 부담이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사 쿡 Fed 이사가 “자산 가격의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월요일장은 새로운 변수보다 금요일 급락분을 얼마나 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