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칼럼] 한국이 차별화된 나라인 이유
구자문 한동대 교수
2025-11-24 강병찬 기자
우리 한국이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사례로서, 가난하던 개발도상국이 50년간의 압축성장을 통해 크게 발전하여 선진국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더구나 요즈음 세계적으로 K-culture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세계인들이 한국의 음악, 드라마, 음식 등에 독특한 면이 있기에 찾기도 하겠지만, 우리 문화가 서구문화와 잘 융합되어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잘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임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19세기말~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스트제도, 미신 등 구세대의 유산들을 버리게 되고, 서구 특히 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근대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는 주거, 식생활, 의료 등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학, 그리고 생활윤리에 이르기까지 크게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100% 같다는 것이 아니고 한국적인 요소와 안정적으로 잘 결합되어 잘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을 가보게 되면, 그들의 전통적인 문화와 생활습관이 아직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일부 나라들은 과거 우리 한국의 발전시절에 비해, 국제사회로부터 훨씬 많은 도움, 아마 수십배 이상의 금전적/기술적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들 자체가 카스트제도, 정부의 부패 등으로 인해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이고, 또한 그들의 생활방식이며 삶의 목표 자체가 발전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기에 발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하다못해 인도나 네팔을 가더라도, 이들은 신앙에 철저히 매여 생활한다. 아침부터 집안에 작게 모셔놓은 사당에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며, 각종 종교행사 시기에는 관공서며 학교는 이름만 열려 있을 뿐 작동을 멈춘다.
한동안 일본의 경제산업이 미국을 압도하며 일본식 기업운영과 정신이 세계의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일종의 유교문화적 기업정신이라고 불리었는데, 그 당시 세계적으로 본 받아야 사상 내지 운영방식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많은 이들이 그후 발전한 우리 한국의 경제산업 발전의 성공 원인도 그러한 카테고리에서 설명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단순한 해석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 한국은 일본과 다르고 싱가포르와도 다르다. 당연히 사회주의 독재국가인 중국과도 다르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같이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근세에 이르러 어느 나라보다도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이다.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빠른 근대화 과정에서 기독교의 영향은 매우 크고 다층적인데, 단순히 종교적 차원을 넘어서 교육, 의료, 사회복지, 개인주의, 민주주의, 시민사회 형성 등 여러 영역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독교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사상을 전파하면서, 신분제 타파와 인권의식 고양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서구적 개인주의, 합리주의, 근면, 절제 등의 가치가 퍼지면서 경제 근대화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으니, 당연히 경제 성장기 기업 문화와 직업윤리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미국과의 교류 채널로서 기독교 네트워크가 작용하여, 한국의 서구적 산업·기술 수용이 빠르게 이루어졌고, 1960~70년대 새마을운동의 확산에도 기독교적 근면·공동체 정신이 스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외적의 침입과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자녀교육에 정성을 들임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수백년 전통인데,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경제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부모가 그리고 형과 누나들이 굶주리며 밤새워 일하며 자녀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가족애를 넘어선 희생정신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개발도상국에 가보면 어떤 나라는 가난함에도 자녀교육에 열심인 나라들이 드물게 있다. 자기들의 종교에 충실하기도 하고 심성이 착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나라들이 언제나 발전하게 될까? 이 나라들이 우리와 다른 점인 새로운 것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나라 거리에는 영어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2~4년제 대학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직장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흔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젊은 시절 2~3년에 걸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하면 된다(Can Do Spirit)’는 정신들을 지니고 있다. 손재주도 좋고 눈썰미도 좋아 무슨 일이든 해결해내는 민족이 한국인들이다. 그리하여 우리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며, 철강산업, 중화학공업기반을 이루고, 자동차, 조선, IT, 그리고 요즈음 AI, Bio, 방위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우리의 목표는 더 멀리 더 높게 세워져 있다. 주변에 군사 초강대국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항상 침입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도 중국의 인해전술적인 거대 경제산업에 압도되기도 하고, 근래는 이들의 치고 나가는 AI기술/휴머노이드 로봇/드론 등에 불안함을 느끼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와 같이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해내고 우리나라를 지속가능하게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