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몰랐다”… 韓 대학생 캄보디아 보낸 지인, 법정서 혐의 부인

숨진 박씨에 “작업대출 연결” 주장… 출국 만류했다는 해명도 재판부, 국민참여재판 철회 수용… 내년 1월 증인신문 예정

2025-11-24     김민규 기자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후 살해된 20대 대학생 박모씨의 유해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숨진 대학생 박모(당시 22세)씨를 출국하도록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인 A(25)씨가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4일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 측 변호인은 “A씨는 박씨에게 단순히 '작업대출'을 소개해줬을 뿐,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거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박씨에게 통장과 비밀번호 등 계좌 접근 수단을 준비하게 한 뒤,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도록 도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였다.

A씨 측은 “박씨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 함께 일하던 작업대출팀장을 연결해준 것”이라며 “이후 박씨가 팀장의 지시로 온라인에 작업대출 모집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A씨는 범죄 계획에 관여하지 않았고 출국도 말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업대출인 줄 알았을 뿐,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애초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으나 이날 철회 의사를 밝혔고, 재판부는 사건을 안동지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대구지법에서 계속 심리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9일로 예정돼 있으며, 검찰 측 증인 2명이 출석해 쟁점이 정리될 예정이다.

한편 박씨는 지난 7월 17일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이후 현지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됐다가 8월 8일 깜폿 보코산 인근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유해는 화장 절차를 거쳐 10월 21일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돌아왔다.

박씨에게 캄보디아행을 제안한 또 다른 대포통장 모집책 이모씨에 대한 첫 재판은 27일 안동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