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주 역세권 개발, 조화와 공존 전략 필수

2025-11-26     김희동 기자
KTX 경주역 역세권 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심의 단계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2022년 국토교통부 투자선도지구 공모 선정 이후 개발계획 수립, 환경·교통영향평가, 전문검토 등 필수 절차를 차근히 밟아온 경주시의 행정력과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공모에 선정된 속초와 통영 역세권 개발이 아직도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주역세권 개발 속도는 매우 고무적이다.

이번 개발은 약 96만1000㎡(29만평)에 달하는 KTX 경주역 일대를 주거·상업·업무가 어우러진 신도심으로 재편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5096억 원 중 5041억 원이 민간투자로 채워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경주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 신뢰가 이미 민간에서 검증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기존 경주 원도심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경주 중심상가의 공동화, 상권 이동, 원도심 슬럼화는 다른 도시가 이미 겪은 시행착오다. 경주는 그 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역세권은 새로운 성장축이지만, 그 존재가 곧 기존 도심의 대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주 원도심은 문화유산과 역사 경관, 관광 중심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 조성되는 역세권은 생활·업무·교통 중심의 현대적 도시기능을 담당하는 상생 구조가 필요하다. 역사와 미래, 정체성과 변화가 공존하는 도시 모델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기능을 분담하고 신·구도심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통체계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이동 편의성을 높여야 하며, 현재 추진 중인 복합환승센터는 이러한 연결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더불어 상권 보호와 순환경제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설계해 지역 상권이 역세권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수요가 흐르는 건강한 도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개발 사업은 도시 확장이 아니라, 경주의 미래 지도를 새로 그리는 큰 전환점이다. 추진 일정 또한 2026년 지구지정 승인, 2028년 사업시행자 확정, 2029년 토지보상 착수, 2033년 준공까지 단계별 로드맵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경주가 역사를 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 그 여정에 이번 역세권 개발은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행정기관과 시민, 전문가, 그리고 지역 상권이 긴밀히 소통하며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길 바란다.

이 사업이 경주의 다음 100년을 설계하는 모범적 도시개발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