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칼럼] 행복을 유예하지 마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2025-11-26 대경일보
그런데 직장동료만 저렇게 살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묻고 우울하게 산다. 사람들은 말한다. 진급하면, 집을 사면, 사업에 성공하면, 대출을 다 갚으면, 돈이 얼마만큼 있으면, 언젠가 성공하면…이라며 목표를 이루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는 게 최대한의 삶이며, 충만하게 사는 삶이라 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서 전 생애에 걸쳐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모순이니 먼저 의미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복의 개념은 주관적이고 매우 포괄적이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하거나 또는 그러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행복감은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의식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감정인 것이다.
그런데 감정은 지속되지 않는다. 일시적이며 단속적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대단한 성공을 이룬다든가 간절하게 소망하던 일이 달성되면 행복에 이르게 되고 오랫동안 행복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행복감은 밤하늘의 불꽃놀이 폭죽처럼 강렬한 섬광으로 다가왔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리고 허탈감에 빠져 또다시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된다. 부와 명성을 가진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마약 등의 불미스러운 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도 지속되지 않는 행복의 허무함 때문에 더 강렬한 행복감을 찾다가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착각하고 있다. 원하는 것이 성취되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계속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염원하던 일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기쁨이나 행복감은 처음과 같은 강도로 지속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 난 뒤 그때부터 영원히 행복에 취해 산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그 누구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감정은 변덕스럽고 곧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 번뿐인 인생을 최대한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삶은 두 가지의 절대성을 가지고 있다. 비가역적과 단일성이다. 삶은 단 한치도 되돌릴 수 없다.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만 지나간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순간들도 빠짐없이 차곡차곡 삶의 한 부분으로 구성되고 있다. 어느 것도 삶 아닌게 없다. 이러할지니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행복을 유예해서는 안된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가 삶이므로 모든 것에서 배우고 즐긴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지금을 최대한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행복하려면 긍정적인 사고와 마음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며 현재에 충실하고 일상에서 작은 것이라도 감사하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복은 그럴 때 주어지는 선물이다. 행복은 도달하는게 아니다. 지금 만들고 느끼는 감정이다. 또한 지금 행복해야 성공도 할 수 있다. 복(福)은 찡그리고 불평하는 곳에는 오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행복하고, 저것은 불행하다며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 짓지 마라.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긍정하고 감사하라.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도 마라. 행복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일시적인 기쁨이나 쾌락만을 쫓게 된다. 그러니 행복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어서도 안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갈아넣지도 마라. 그저 현재를 충만하게 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