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부메랑 된 '굴기'…中 자본 한국 본진 속속 점령
국내 기업이 한류를 앞세워 중국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중에 본진이 야금야금 점령당하고 있다. '굴기'(倔起)를 내세운 중국이 국내 기업의 지분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초록뱀 미디어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SH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초록뱀 측은 SH엔터의 지분 21만8895주 전량을 383억644만원에 양수받을 예정이다. 자기 자본의 59%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의 뒤에는 바로 중국이 있다.
◇ 김종학프로덕션 보유한 SH엔터도..중국기업의 한류 굴기
초록뱀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5.62%의 중국의 DMG그룹이다. DMG는 지난달 초록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2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DMG그룹은 지난 1993년 중국의 광고대행사로 시작한 뒤 현재는 영화와 음악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와 합작을 통해 영화 '아이언맨3' 등을 공동제작하기도 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나가면서 한국의 유망한 기업에도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DMG가 직접 인수한 초록뱀은 지상파 3사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드라마 '올인'과 '주몽' '불새' '거침없이 하이킥' '추노' '나인' '고교처세왕' '프로듀사' '케이팝스타' 등의 히트작을 만든 제작사다.
SH엔터도 '태왕사신기'를 만든 김종학프로덕션을 보유한 엔터사로 예능 제작사 에이나인(A9)미디어와 모델에이전시 파워엠이엔티도 거느리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국내 기업 인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쑤닝 유니버설 미디어(Suning Universal Media Co., Ltd)는 지난 11월 약 330억원을 들여 한국의 FNC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2%를 인수했다.
쑤닝 유니버설 미디어는 중국 100대 부호인 쑤닝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이다. 쑤닝그룹이 손을 뻗은 FNC엔터는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AOA 등 아티스트와 방송인 유재석, 정형돈 등 인기 MC를 거느리면서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엔터사다.
중국의 투자는 엔터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지난해부터 넷마블과 카카오, 파티게임즈 등 국내 게임 업체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 중이다. 한국 회사의 제작 노하우를 흡수해 자국의 콘텐츠 수준을 한단계 높이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중국인이 5%이상 지분 보유 상장회사 32개"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중국자본의 한국 투자현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중국계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지분이 점차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0년만 해도 중국의 자본은 회사 경영권을 갖는 최대주주(16.4%) 형태 투자보다는 단순 지분 참여(79.3%)를 선호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단순 지분 참여가 아니라 스스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47.1%)가 늘고 있다.
현재 중국인이 국내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지분 5% 이상을 가진 업체는 총 32개에 달했다. 증시상장사로는 카카오 등 23개, 코넥스는 바이코리아 등 2개, 비상장사는 CJ게임즈 등 7개였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특히 엔터 분야의 중국지분 참여가 활발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초록뱀과 SH엔터, FNC엔터와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국내 엔터 컨텐츠 회사들과 중국계 자본이 결합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오락과 문화 산업의 외국인 직접투자 중 94%가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국내 엔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