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 자랑스런 동지인 賞 수상자, ‘지역 교육계의 산 증인, 인간 상록수’

새해 들어 세 번째 절기인 입춘, 천지의 만물이 새롭게 시작하는 경사스런 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여 지역발전과 모교 발전의 커다란 업적을 남긴 김진하(89) 옹을 시내 모 호텔 행사장에서 잠시 만났다.

김진하 옹은 경북 포항시 동해면이 고향이다. 그는 동지재단을 설립한 故 평보 하태환 선생의 제자로서 동지중을 1회로 졸업했다. 당시는 지금과 학제가 다른 중·고교 통합과정이었다.

김 옹은 이후 1953년부터 동지교육재단에서 수학교사로 중·고생들을 가르치며 퇴직할 때까지 33년간 헌신했다. 그가 받은 월급은 힘들고 가난한 제자들의 등록금으로 대부분 지출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보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 옹이 아끼는 많은 제자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다가 퇴직 후 1954년 초대부터 6대까지는 동지총동문회장을 맡아 모교발전에 초석을 다지면서 후배들이 탄탄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었다.

김 옹은 평생 교육자로서 재직 시나 퇴임 후에도 교육자의 본분을 잊지 않고 동료와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교육자의 삶을 올곧게 실천하며 살았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상록수, 뼛속까지 교육자’라고 입을 모았다. 김 옹의 자녀들은 모두 학교관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고 했다. 당시 교사의 월급으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집안은 늘 쪼들리고 힘들게 살았다. 김 옹이 받은 월급 대부분이 제자들의 학비로 지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족이 늘 불만스러워 했다고 한다.

지난 4일, 그는 2017년 동지중·고 총동문회 정기총회 및 회장단 이·취임식에서 영예로운 제9회 자랑스런 동지인 상을 수상했다. 이날 객석에서는 축하의 박수가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대선배이자 스승인 김진하 옹에게 후배와 제자들이 수상을 여러 차례 제의했지만, 계속해서 거부하는 바람에 어렵게 성사된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김 옹은 “저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지인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1회 졸업생, 동지재단의 교사로서 국가와 지역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지인을 양성하기 위해 주야간 8시간씩 수업을 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면서 “막상 오늘 자랑스런 동지인상을 받고 보니 감회가 남다름을 느낍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영광스런 상을 주신 동문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살아있는 날까지 동지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겠습니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노 옹이 직접 준비해 온 연단 수상소감을 연단에서 또박또박 읽어내려 가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장내는 잠시 숙연해졌다.

제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오늘 자랑스러운 동지인 상을 수상하시는 김진하 선생님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들 드립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동지교육재단의 70년의 역사이자 남다른 제자사랑으로 ‘지역 교육계의 산 증인, 인간 상록수’로 불리던 김 옹도 어느덧 미수를 넘기고 구순에 접어들었다.

그는 끝으로 “1946년 고 하태환 선생께서 교육의 불모지 포항에 사학을 설립해 오늘날 명문으로 만들었다. 동지 혼으로 참을 알고 의를 좇고 덕을 닦으며, 도전하는 강한 기상을 가진 동지인 여러분들이 항시 모교를 지키고 있는 한 동지재단은 영원무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유년 한해는 뜻하시는 일 모두 성취하시기 바란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를 보면서 문득 조선중기 서산대사의 시가 생각았다.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적에는/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걷지 말라/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포항 교육계의 거목, 김진하 옹의 건강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후배 교사와 제자들의 오랜 정신적 지주가 되길 빌며 아쉬운 만남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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