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날씨도 풀리고 운동 삼아 얼마 전 개통한 장량동에서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로 연결되는 새 도로를 산책하기로 했다. 그리 높지 않은 구릉들 사이로 새 도로가 깔끔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전부터 존재한 오솔길을 잇고자 건설된 아치형의 멋진 구름다리가 도로 위를 가로 지른다. 필자의 직장은 이 구릉들 넘어 있고 사는 곳은 장량동이라 요즈음은 아침저녁으로 이 새 도로를 운전해 출근한다. 그러나 이 도로를 걸어보기는 두 번째였다.

지척까지 도시화지역이 확장되고 있는데도, 낮은 구릉지대인 이곳은 숲이 남아 있다. 키 크고 꽤 조밀한 송림을 가로지르며 오솔길들이 나있는데, 토요일 오전이라 적지 않은 이들이 등산복차림으로 혼자 혹은 두 셋이서 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처럼 도심 인근에 이러한 숲이 존재하고 트래킹코스가 개발되었음은 시민들에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 숲으로 난 여러 갈래의 길들 중 하나를 택했고, 큰 키 송림지대를 지나니 좀 작은 키의 혼합림이 숲을 이루고 있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비탈면 작은 오솔길로 접어들자 진달래들이 여기 저기 군락지어 피어 있다. 그리고 파란 호수가 나타난다. 천마지이다. 저 멀리 한동대학교의 건물들이 바라다 보이는데, 푸른 송림과 갈대숲이 있는 맑은 호수라서 필자는 오래 전부터 이 호수를 ‘포항의 바이칼’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이 호수는 해발 89m의 천마산과 인근 구릉 옆 골짜기들을 이골저골 맑은 물로 채우면서 길고 부정형으로 존재하는데, 가장 가까워 보이는 건너편에 간혹 보이는 산책객이나 낚시꾼들에게 고함을 쳐도 대화하기 힘들 정도이니 작은듯하면서도 꽤 큰 호수라고 보면 된다. 바다와 가깝고 도시화지역과 가까우면서도 이러한 숲이 있고 호수가 있으니 이곳을 시민들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여기저기 아직도 입산금지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찾는 이들이 많은 탓인지 수없이 산길이 나있다. 생태계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무질서한 트래킹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식물들이 고사하기도 하지만 다람쥐, 토끼, 고라니 등 동물들의 영역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 숲길들이 더욱 넓어진 것은 몇 년 전 완성된 고압선 철탑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압선로가 산업도로 신축 때 옆에 매립되었다면 좋았을 것을 한국의 어느 곳에서처럼 산 정상을 가로지르며 철탑과 고압전선이 연결되어 있다.

요즈음 우리 한국인들도 건강 챙기기에 열심들이라서 근처 산길숲길을 찾아 나서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둘레길’을 개척해 놓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이는 시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서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것처럼 지정된 길만이 아니라 이리저리 새 길을 찾다보니 숲속에 작은 길들이 새롭게 태어나게 되며,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적지 않으니 분명 지정된 길만을 이용하는 습관들을 길러야 할 것이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간혹 보이는 무허가 건물이나 쓰레기더미들이다. 산자락에 수많은 작은 텃밭들이 있고 모두들 울타리를 치고 농사에 쓸 갖가지 물건들을 쌓아 놓고 있는데, 비닐, 플라스틱상자 등이 쓰레기 되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숲속에도 폐허된 집이나 창고들 주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이 보이는데,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이는 숲속만이 아니라 장량동 시가지 이곳저곳 미개발지에도 쓰레기들이 버린 것과 날려 온 것들이 지나치게 쌓여있는데, 이러한 것들의 처리를 위해 커뮤니티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까이에 우리가 감탄할만한 경치 좋은 자연환경이 존재하니 경치도 구경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그보다 좋을 수 없다고 보나, 이를 빌미로 생태계가 지나치게 파괴된다면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지? 이 같은 둘레길 내지 트래킹코스, 그리고 텃밭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많이 존재할 것이고,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며 쓰레기 문제가 우리 포항시민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인구가 늘면 도시화지역이 확산되어야 하고, 이러한 캠퍼스 및 주거단지 인근의 일부 구릉들은 산학, 업무, 주거단지 등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도시경제의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개발이 불가피한 경우가 흔히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환경친화성, 토지이용 효율성, 사업성 등의 개념과 우선순위 및 세부지침에 따라 먼저 토지이용 및 인프라계획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다. 적정한 계획이나 절차 없이 개발이 진행된다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모든 계획은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주요 구릉이나 호수는 남겨 보전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지는 난개발이나 조화되지 않은 개발을 피할 수 있도록 적정한 용도계획과 제대로된 도시인프라를 확보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곳에 트래킹코스 내지 휴식공간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시민들은 그 주어진 기능 이상의 활동을 자제해서 그곳이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 인근의 자연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는 아닐지라도 그 도시를 아름답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해 가는데 일조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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