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곳곳에 만발하고 몸과 마음도 나른해지는 계절, 연초록으로 물든 나뭇잎사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노라면 유년시절의 가난했던 추억과 함께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철부지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년이 된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어땠는가에 따라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과 끊임없는 희생으로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의 생각이 가슴속에 고이기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최근 어른의 가혹한 학대로 어린 생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따뜻한 봄날, 이런 소식을 듣노라면 심장이 얼어붙는 듯 마음이 아프고 어두워진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남극의 펭귄들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알을 부화하여 어린 새끼를 기르면서 종족을 보존한다. 새끼를 잡아먹으려는 도둑갈매기들의 끈질긴 공격에 당하기도 하지만 펭귄들이 힘을 합쳐 새끼 펭귄을 둘러싸고 싸우면서 보호한다. 보잘 것 없는 펭귄도 위험에 빠진 새끼들을 본능적으로 대응해서 막아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지금은 감옥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울산과 칠곡에서 계모에 의해 의붓딸이 사망하는 등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비인도적 아동학대를 보면 누구라도 고발, 신고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종합대책을 세워야 하겠다”고 강조한 적이 있었다

또한 “우리 아이 한 명 한 명을 잘 키워내는 일은 우리 미래를 위해 중요한 과제인 만큼 이제 아동학대를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사회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해결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동안 정부는 사회악 소탕을 내세우며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인 척결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박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통령의 지위가 사라지고 나서는 아동학대가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아동학대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숨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먼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동 학대에 관한 제도를 도입하고,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관한 신고의무제도 등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여 사회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름다운 봄날이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계절일 수 있지만, 학대나 폭력을 당하는 어린이들은 우울한 계절로 느껴질 수 있다. 화사한 봄꽃과 같은 어린이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사회, 주변의 어린이들이 고통을 겪지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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