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북한이 IRBM(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를 성공시켜 동북아 정세를 초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극심한 내분(內紛)에 휩싸이고 있고, 중국은 집요하게 THAAD 철회를 우리 대한민국에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15일 새벽 5시 27분께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전격적으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화성 12호/KN-17/백두산 엔진 사용)을 고각 발사해 성공시켰다. 이번 고각 발사로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미 본토를 성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즉 이번에 발사한 화성12호 미사일의 비행시간을 30분 11초로 보면 최대 사거리가 6000~7000㎞일 수 있고, 최대 고도 200㎞면 탄두가 대기권을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는 의미하고, 최대 속도가 마하(음속) 15~17이 넘었기 때문에 ICBM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층 자신감을 갖고 미국에 대해선 핵보유 인정을 요구하며, 미북 직접협상을 주장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선 미국의 괴뢰, 식민지 하수인이라는 경멸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북핵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는 남북 간 현안이 아닌 미북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다.
동시에 주중 북한 대사인 지재룡이 일부 외신만을 초청한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남북 합의 사항’을 존중 실천하라고 느닷없이 주장했는데, 아마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 언급이 나오자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 합의 사항은 6.15와 10.4 선언 등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합의한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자주-우리민족끼리-민족공조, NLL 평화지대 설립, 개성공단 가동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 각종 대북지원 등으로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우리에게 준수하라는 주장이다. 그래야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핵-미사일 공격력을 앞세운 공갈 협박에 다름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해선 앞서 분석한 대로 남북 현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대한민국의 잠재적 적국인 중공은 미국의 선제공격 예봉(銳鋒)이 지나가자 한반도 전략 책동에 본격 나설 태세다. 우선 중공을 방문한 박병석 대표단을 시진핑 주석이 온정주의 전략에 따라 직접 만나 융숭히 대접하여 과분한 마음을 갖게 했다. 이후 이해찬 특사가 오면 역시 중국 특유의 융숭한 대접으로 분위기를 황홀하게 하여 THAAD 철회를 요구할 심산이다.

THAAD는 이번에 발사한 북한의 고각/고폭발력/고속낙하 미사일을 요격 방어할 수 있는 최상의 유일한 무기이다. 우리의 KAMD는 요격 고도가 낮아(40km 이하) 고각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L-SAM의 경우 150km까지 목표로 하고 있으나, 2020년대 중반에나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MD 기술이 워낙 어려워 예정대로 성공한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지금 THAAD를 철회하면 국가안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의 핵폭탄과 미사일 발사 시험은 자산들의 체재유지 수단으로서, 핵과 미사일 시험을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수단인 만큼, 우리 대한민국에서 친북성향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서 북한이 그런 도발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해왔으며, 선거 전까지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다가 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에 대화를 위해 전화기를 잡는 대신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협박 재개 시점으로 삼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발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흘 만에 이뤄진 점을 주목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을 보기 위한 행동도 포함되어 있다. 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제재 압박 강화로 대응할지, 미국과 중국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할 지, 동맹과 공동으로 대북 강경 노선을 펼지, 아니면 남북한 간 직접적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정권에 다가설지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대남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THAAD는 미국이 자국군인 주한미군의 방호를 위해 배치하는 첨단병기 중의 하나이므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지만, 촛불집회 등으로 국회를 압박해 가결되어 THAAD를 배치하지 못하게 되면 미 지상군 철수는 예정된 수순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 핵폭탄과 미사일 공격에 완전 노출돼 있고, 정부는 말로만 하는 엄중한 경고밖에는 별 대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지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 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 새 정부가 안보 문제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철저힌 대응해야 한다. 자칫하면 나라와 국민이 큰 참화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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