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 김태원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설상가상(雪上加霜)’이 눈 위에 서리가 덮인 격이라면 ‘한상가박(旱上加雹)’이 지금 농촌에 적합한 비유가 아닐까 한다. 말 그대로 가뭄에 우박까지 덮인 격이다. 올 봄부터 계속되는 가뭄과 무더위 속에 논밭이 마르고 있으며, 지난 1일에는 경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강한 우박으로 약 6,600ha의 농작물까지 피해를 입었다. 계속되는 자연재해에 농업인들의 마음이 숯검정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세 번째로 적은 강수량에 전국이 가뭄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87mm로 평년의 절반 수준이다. 장맛비를 내리는 장마전선도 지난해 6월 18일 북상해 전국에 비를 뿌린 것과 달리, 올해는 장마전선을 한반도로 밀어 올려야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확장하고 있어 장마의 시작도 늦고 비의 양도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일 기록적인 가뭄을 겪고 있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농업인 등 모두가 전력을 다해 가뭄 극복에 안간힘을 모으고 있다.

농업용수 전문관리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에서도 올 초부터 ‘가뭄대책상황실’을 설치, 운영하여 기상상황 및 급수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부족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 물푸기, 임시양수기 설치 등 한발 앞선 가뭄 대비로 안전영농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행히 공사 관리 저수지 671개소의 평균 저수율은 51% 수준으로 평년 62%대비 82% 수준을 보이고 있어 현재까지는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6월 현재까지 평균 강수량이 평년 같은 기간 대비 53%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가뭄 발생이 다소 우려되고 있다. 공사에서는 가뭄 피해에 대비, 지역 소하천을 활용해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임시관로를 연결하고 하천 바닥 땅파기(하상굴착) 등을 통해 부족한 용수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제한 급수, 물 절약 생활화 홍보 등으로 수자원관리의 효율성도 함께 높여가고 있다.

경북도에서도 긴급 가뭄 예방 대책으로 가뭄대책비 27억 원과 시군 자체예산 등 46억 원을 투입해 관정 개발, 하천바닥 땅파기(하상굴착), 간이 양수장 설치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용수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가뭄 극복을 위해 하나 되어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해갈 될 만큼 충분한 비가 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본다고 가뭄 해결이 될 수도 없다. 비도 비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기상재해로부터 농업인들의 재산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대비책이 있다. 바로‘농작물 재해보험’이다.

우리가 자동차 사고 피해에 대비하여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듯이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경영 불안을 해소하고 농가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보험이다. 순 보험료의 50%는 국가가, 해당 지자체에서 30%를 지원하므로 가입 농가에서는 20%를 부담하면 농작물재해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 그 동안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작물이 많고 지역할증, 농업인에게 다소 높은 자부담 등으로 인해 지난해 가입률이 27.5%에 그치는 등 가입이 저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과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지진 등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이 농업인들에게 인적, 물적 손해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보장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사항이다. 2001년 사과와 배, 두 품목으로 시작되었으나, 올해 경북지역 가입대상품목이 42개 품목으로 확대 되면서 더 많은 농가가 보장받을 수 있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 가뭄과 폭염이 지속돼 농작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면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입기간도 연장됐다. 벼는 이달 30일까지, 사과와 배는 7월 7일, 콩은 7월 21일까지 신청이 가능하며 품목별 신청기간 및 자세한 내용은 가까운 지역농협 또는 품목농협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가뭄과 폭염으로 많은 농업인들이 주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상황과 여건, 피해의 정도는 다르지만 한해 영농을 위해 이들이 흘린 땀은 모두 뜨겁고 여느 것보다 값진 것이다. 그 값진 땀이 헛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대지를 적실 충분한 비가 내려 농업인들의 마음에 힘이 되어 주길, 피땀으로 일군 농산물이 피해 입지 않도록 농작물재해보험이 조금 더 힘을 보태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