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포항여고 찾아 후배들에게 인생반전 드라마 들려줘

“40대의 늦은 나이에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티칭프로가 된 저의 경험을 토대로 ‘꿈을 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한 수 가르쳐줬지요.”

손화진(44·포항 이글골프클럽) 프로는 지난 8일 모교인 포항여고가 매년 두 번씩 여는 ‘전문직 선배 초청 직업 탐색 박람회’에 강사로 후배들을 만났다. 이날 모인 10명의 전문직 여성 중 유일하게 스포츠계에서 활동하는 손 프로는 3전4기 인생 드라마를 후배들에게 들려줬다.

손 프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神)인 카이로스를 예로 들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꿈을 설정하고 환경과 정보, 사람에 집중하며 실력을 키워야한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 여고 3년 때 부친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별세하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경찰이 되고 싶었던 그는 학비 부담이 덜한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체육교사의 꿈을 키우던 그는 대학 4년 때 스키 실기 수업을 받다 왼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했다. 임용고시에 두 번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것.

중등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학 졸업 후 기간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보람으로 여겼다. 경북학생문화회관에서 4년 간 체험학습 골프 강사로도 일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학시절 내내 맴돌았던 비(非) 특기자의 설움도 극복하고 싶었다. 운명처럼 2008년 골프를 처음 접했고, 부단한 노력 끝에 2015년 마침내 티칭 프로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세 번 낙방하고 네 번째 만에 얻은 기쁨이었다. 포항에 몇 안 되는 여성 티칭프로가 탄생한 것이다.

프로 합격도 순탄하지 않았다. "테스트 마지막날 절대 범해서는 안 될 홀에서 OB(아웃 오브 바운즈)를 내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남은 홀에서 기적적으로 연속 버디를 잡아내 테스트에 합격했다"며 "지금 생각해도 경이로운 경험이었는데,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교사 남편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둘째(아들)를 낳고 골프를 시작해 가사와 병행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손 프로는 “친정엄마, 남편, 아이들의 격려가 없었더라면 프로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라며 “가족은 영원한 후원자”라고 고마워했다.

프로 테스트에 번번이 낙방해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아들이 대뜸 “엄마, 포기하면 절대 안 돼”라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꼬깃꼬깃 주머니에 넣어줘 다시 힘을 냈다고 했다. 고3인 딸도 엄마 일을 존중하는 어른스러움이 있어 오히려 그녀를 챙겨줬다.

손 프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자상한 레슨으로 골프 입문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주신 장재영 이글골프클럽 대표님 등 후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사람 냄새나는 프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골프 실력을 더 쌓아 챔피언스투어(만 42세이상 출전) 챔피언조에서 라운드 하고 싶은 게 새로운 목표“라면서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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