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팀장·영화 ‘고백’

“여러분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군요. 이 반 안에 내 딸을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

일본의 한 중학교 1-B반의 종업식. 떠들썩한 교실에서 ‘유제품 활성화운동 모델학교로 선정됐다’는 등 공지사항을 하던 여교사는 우유를 마시는 학생들을 쳐다본다.

“A와 B, 두 사람의 우유에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를 주입했다”고 말하자 교실은 일순간 침묵에 잠긴다.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 분)는 결혼 전 예비 신랑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싱글맘이 되기로 한다. 어느 날, 양호실에서 엄마를 기다려야 할 마나미가 학교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만 모리구치는 자신이 담임인 학급의 학생 2명, A(슈야)와 B(나오키)에 의해 딸이 계획적으로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코는 14세 이하 범죄자는 소년법에 의거, 소년원에 들어가지 않은 채 보호받게 될 범인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벌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새 학기가 찾아오고, 학교를 그만둔 유코 대신 베르테르가 담임으로 부임한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베르테르는 열정이 넘치는 교사다. 담임교사의 딸이 살해당한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고백을 시작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순진한 소년의 탈을 쓴 악마 같은 학생들에게 유코는 완벽한 처벌을 내린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은 비단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력 범죄의 이면에는 부모의 잘못된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백’(감독 나카시마 테츠야)은 미성년 범죄자를 보호하는 일본의 소년법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흉악한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면서 소년법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29일 공원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괴해 토막 살인을 하고 옥상 물탱크에 시신을 방치해 둔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공범인 박양(18, 살인방조 혐의 등 구속기소)은 피고인의 미성년자 신분이 유지되는 올해 12월 전까지 재판(3심)이 종결돼야 한다. 1998년 12월생으로 현재 만18세인 박양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올해 안에 이뤄지면 ‘소년법(19세 미만)’을 적용받는다.

소년법은 2007년 12월에 개정됐다. ‘시대적 상황인 소년범죄의 연소화 추세에 따라 저연령 비행소년에 대처’한다는 입법목적 아래 소년을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규정했다. 소년법상 연령의 하한이던 12세를 10세로 낮췄다.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이른바 촉법소년의 범주를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형법 제9조의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사미성년자에 관한 규정은 1953년 형법이 제정, 시행된 후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시대가 변했다. 부모는 맞벌이라는 이유로 자식을 방임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애착이 형성되기도 전에 어린이 집으로 보내진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이 그립고 외롭다. 관심을 끌기 위해 알면서도 나쁜 짓을 저지른다. 부모는 그때서야 돌아본다. 그러나 애정 어린 조언이나 꾸짖음은 없다. 어떤 행동을 하든 “넌 잘못한 게 없어. 괜찮아. 다른 사람이 나쁜 거야”라는 피드백이 돌아올 뿐이다. 아이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본인의 잘못에 대해 무감각 해 져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정교육이 무너졌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나무라면 학부모가 쪼르르 학교에 가 항의한다. 학생이 큰 잘못을 해 한 대라도 때리면 경찰에 고소한다. 부모든, 교사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게 됐다. '진짜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진학시키는 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

인터넷 상에서 쉽게 범죄 방법을 접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맞는 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범죄는 돌이킬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와 교사의 올바른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부모의 무지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아이들은 ‘바른 사랑’을 먹어야만 아름답게 자란다. 지자체와 교육기관은 협력을 통해 정기적으로 부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의 심리 상담과 치료를 통해 청소년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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