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경북대학교 교수

며칠 전 여름 휴가철과 더운 날씨와 맞물려서 인지 해외여행을 위한 인천공항의 이용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제주도 가격이면 동남아 간다는 유행어처럼 동남아 등에는 넘실거리는 파도와 리조트 시설물 자체도 관광에 일조하고 있다. 국토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변이라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구온난화의 강력한 영향으로 폭염일수가 늘어나고 무더운 날씨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는 신바람 나는 이야기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 민족은 국난을 극복하면서 실질을 숭상하고 멋을 아는 통 큰 한국인의 뿌리를 이어온 자랑스러운 민족이 아니든가!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불굴의 용기와 유머를 겸비해 온 위대한 유산을 계승 해왔다. 여러 해학 중에서 겨울철 얼음으로 꽁꽁 언 대동강 바닥에 흙을 덮어 부동산으로 팔았다는 일화나 대동강 물을 퍼서 팔았다는 웃지 못 할 해학들이 있다. 조선 말기에 김선달은 대동강변의 한 나루터에서 물을 긷는 물장수들에게 술을 사주며 매수한다. 다음날부터 김선달은 나루터에 앉아서 물을 긷는 물장수들에게 돈을 받게 되는데, 어떤 물장수가 돈을 내지 않고 물을 퍼가려고 하자 김선달은 그 물장수를 불러 “남의 물을 퍼가면서 왜 돈을 안 내느냐?”고 호통을 치며 물장수로부터 돈을 받아냈다. 요즘 제주 삼다수 등 수많은 생수들을 판매되고 있다. 조선시대에 대동강에서 물과 부동산까지 몇 수를 내다본 재치들을 마냥 웃어 넘길 일만이 아니다. 봉이 김선달은 이렇게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얻어서 굶주린 백성들을 도왔다는 일화 등은 가히 홍길동으로 비견할만하지 않은가? 우리 민요중에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나더니”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장산곶은 황해도 앞바다인데 그 곳은 세찬 물살과 함께 풍랑이 고요한 날이 드문 곳이며 그 깎아지는 엄청난 높이의 절벽위에는 거칠고 우람한 낙락장송만이 살아 남아 드높이 우거져 있는 곳이다. 이 우거진 솔밭에는 유명한 전설이 많았다. 바로 그 숲속은 무서운 날짐승 매의 서식처인데 이 사나운 매 중에서도 우두머리를 장수매라 한다. 장산곶 매란 이 장수매를 칭한다. 이 장수매는 장산곶 바닷가, 태고이래로 수천억년을 두고 요동치는 파도에 시달려 깎아지는 듯 높이선 벼랑, 그 바람찬 절벽의 솔밭이 우거진 어둠침침한 둥지에 꼼짝없이 틀어박혀 있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날개를 쳐서 하늘 높이 비상하는 날 온천지의 날짐승 들짐승들이 겁에 질려 맥을 못추고 사나운 정기가 온누리에 서려진다는 것이다. 이 장수매는 두더지나 산비둘기 같은 자질구레한 먹이는 손대는 적이 없는 호탕한 기질로 그것들은 자기가 거느리는 다른 매에게 준다음 장수매는 일년에 한 두 번만 사냥을 한다. 그 사냥터는 조선반도가 아니고 멀리 황해 건너 중국본토나 시베리아의 벌판이었다. 그 당시 중국 본토는 이른 겨울, 그 곳의 짐승들이 낟알을 먹고 잔뜩 살이 올랐을 그 무렵이요, 한반도가 초여름일 때, 시베리아는 늦은 봄으로 그 곳의 날짐승들과 들짐승들은 새싹을 뜯어 먹어 기름져 날뛸 때이다. 물론 장수매의 이야기는 과장된 면도 있지만 오로지 국력을 길러 세계의 리더국가로 지향코자하는 애국정신과 우리 민족의 염원인 넓은 천지에 대한 그리움을 반영한 듯 하다. 궁극적으로는 위대한 조국 건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수매가 한번 사냥에 나설 때에는 그야말로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터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 후 백전백승을 확신하면서 설혹 한번 지는 날이면 서식처가 적에게 발각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장산곶 매의 최후 보루는 사냥을 떠나는 전날 밤 그 사나운 주둥이로 그동안 자리했던 자기둥지의 흔적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장산곶 매가 무사히 부리질을 끝내고 사냥을 떠나면, 이 마을에는 행운이 찾아든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장산곳 사람들은 매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리질을 시작하면, 마을을 조이다가, 드디어 서냥을 떠나면 바로 그 순간 봉화를 올리고 춤을 추며 기뻐하였던 것이다. 그말이 바로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나더니 라고 소리지르며 한판 신명나게 노는 것이다. 어느날 하루는 대륙쪽에서, 집채보다 더 큰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쳐들어와서 온 동네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 놈은 송아지도 잡아가고, 농작물도 다 망쳐 놓고, 심지어는 아기도 채 가고 갔다. 동네사람들은 그놈 때문에 많이 다치고, 죽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쳐 자포자기한채 통곡하며 있는데, 장산곶 매가 날아왔다. 동네 사람들은 징도 치고 꽹과리도 치면서 막 응원을 했다. 독수리는 그 큰 날개를 한 번 휘두르면 회오리가 일어날 지경이었고, 장산곶매는 그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아 보였다.
싸움은 밤새 계속 되었다. 장산곶매와 물 건너온 독수리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장산곶 매는 용감히 싸웠다. 처음엔 그놈의 날개바람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싸우면서 독수리의 약점을 공격했다. 날개가 커도 날갯죽지는 별 거 아니었으므로, 장산곶 매는 단숨에 그놈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있는 힘을 다해 날갯죽지를 쪼아 버렸다. 그러자 그놈은 힘을 못 쓰고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싸움이 끝나고 난 뒤, 장산곶매는 피투성이가 된 지친 몸으로 벼랑 위 낙락장송 위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피 냄새를 맡은 큰 구렁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장산곶 매가 앉아있는 나무를 감고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장산곶매 더러 날아오르라고 막 소리를 지르며 꽹과리를 쳐댔으나. 장산곶매는 졸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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