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대구지방보훈청 참전지원팀장

▲ 대구지방보훈청 참전지원팀장 박준희

한글사전에 따르면 보훈[報勳]의 정의를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서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보훈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논공행상(論功行賞)에서 유래한다. 중국 위나라 황제였던 조예가 오나라 손권의 침공을 막아낸 뒤 신하와 장수들의 공적을 조사해 포상한 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고려 태조 때에 신하들의 공적을 따져서 포상하는 ‘역분전’이라는 보훈제도가 모체가 되어 훗날 세조시대까지 이어졌을 만큼 우리 선조들도 늘 국가를 위해 헌신한 충신들을 배려해주는 등 호국보훈을 국가 운영의 근간으로 삼아 왔다.

유사 이래 전쟁에 이기고도 보훈에 실패하여 국가의 존립이 무너진 사례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게 된다. 서초패왕 항우는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한왕 유방에게 패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논공행상에 실패하여 신하들의 인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혁혁한 공을 세운 부하장수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지 못함에 등을 돌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역사는 승리하는 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던 이름 모를 수많은 호국충정들과 남겨진 그들의 가족들은 승리자의 가치가 되어야만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여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되면서 보다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자 노력중이다. 8월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핵심정책토의'에서 보훈정책 개선 방향으로 '숨은(미등록)'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발굴에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고 보상금 및 수당체계의 종합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최상의 보상과 예우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보훈처의 2018년도 예산은 전년대비 11% 증가한 5조5천억원대의 역대 최대 규모인데,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실질적 혜택을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새로운 예산을 책정하였다. 이러한 정책방향과 예산편성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과 유‧가족에 대한 너무나 정당한 대우이자 실제적인 예우라 할 것이며, 진정한 보훈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미국의 경우 자국군 전사자 유해발굴과 신원확인 작업을 강화화기 위해 국방부 산하에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을 신설(전신: JPAC)하였으며, 400여명의 전문 인력과 연간 1억1000만 달러(2016년)에 이르는 예산을 가지고 손톱만한 증거나 증언 한마디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전 세계 어디든지 필요하다면 큰 산 전체를 수개월에 걸쳐 발굴하기도 한단다. 부러운 이야기지만 왜 미국이 세계 최강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옛말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올 해를 기점으로 더 이상은 이런 자조적인 말이 우리 대한민국에 발붙일 수 없도록 공헌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대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대우받는 나라’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를 천명하듯 국가보훈처를 이참에 국가보훈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일부 여론과 함께 법률개정안까지 발의된 것만 보아도 우리 보훈의 미래는 밝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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