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 포항시공무원·칼럼니스트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와 색깔이 다르다, 진정한 가을이 찾아 왔음을 온 천지만물들이 몸소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이제는 시원한 것을 떠나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이다.

우리에게 따스한 가족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가 될까, 영국드라마 휴먼스에서는 늘 바쁘고 피곤하고 지친 엄마를 대신해 주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한다, 가사와 육아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정말 꿈에도 그리던 원더우먼이 우리 앞에 짜안 하고 어느 날 진짜로 나타난 것이다.

신상품이며 오직 하나뿐인 특이한 스타일링으로 가정용 표준 프로필이 설치되어 있고 웬만한 집안 일이 다 가능한 그녀는 아름다우며 청소도 잘하고 아침 식사도 순식간에 풍족하게 파티에 온 것 마냥 차릴 줄도 안다, 아내는 남편이 갑자기 사 온 로봇에 당황하고 평소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소홀히 해 온 자신이 로봇에게 대체되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로봇엄마는 가족들에게 환영을 받고 동화책을 읽어 주려는 진짜 엄마에게 딸은 말한다, "싫어,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 걸" 가족들은 엄마 보다 로봇이 차려 주는 식사를 더 좋아하게 되며 엄마는 점점 화도 내지 않고 매사에 완벽하고 아름다운 로봇에게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리고 열렬히 환영받는 로봇 앞에서 정서가 불안해진 진짜 엄마에게 로봇은 말한다.

"제가 당신보다 아이를 더 잘 돌볼 수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로라, 전 기억을 잊지 않고, 화내지도 않으며 우울해 하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하지도 않죠, 저는 더 빠르고, 강하며 관찰력이 더 뛰어납니다, 저는 두려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그들을 사랑할 수 없지요." 진짜 엄마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만다.

또 다른 부부는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재활치료용 로봇을 대여 했는데 잘 생기고 멋진 이 로봇은 아내를 마사지해 주고 재활 훈련을 도와주고 남편이 일 때문에 바쁘고 아내를 챙겨 주지 못 할 때에도 늘 아내 곁을 지켜 주었고 어느 날 아내는 남편에게 선언한다.

"당신은 더 이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해, 그리고 이 관계는 내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 같고 그러니 우리 각자의 시간을 가지자, 당신이 지금 이 곳에 있는 건 좋지 않은 거 같아, 당신이 갈 수 있는 곳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라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고 남편은 저 로봇이 대체 당신에게 어떻게 한 거냐며 화를 내고 아내는 로봇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남편은 이렇게 소리친다.

"상관 있어, 있다고, 저걸 들여오고 나서부터 이렇게 된 거라고, 여보, 나는 인간이야, 완벽하지 않다고, 그게 인간이야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고!"라고 절규한다.

이 드라마는 인공지능 로봇이 생활화된 우리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데 사람을 위해 발명된 인공지능이 조금씩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균열을 만들어 내고 사람 보다 인공지능이 일 뿐만 아니라 좋은 엄마자리, 더 좋은 남자 친구의 자리까지 차지하는 무서운 가상 현실을 그려내고 있는데 어찌 보면 그리 멀지 않는 미래임을 직감하며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 불완전함이 강한 원동력이 되어 나만이 아닌 우리라는 견고함을 선물해 주었다, 인간의 가치는 사실 돈으로 환산 할 수가 없다, 인간의 감정 또한 변화무쌍하며 어떤 로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실존 철학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이 무색할 인간의 생각까지도 훔쳐가는 소름 돋는 로봇 인공지능 세상이 곧 눈앞에 도래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희망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하나님이 부여한 특권인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씀에 힘입어 인공지능 로봇까지도 거뜬히 정복하고 다스릴 수 있는 내재된 힘이 우리 인간에게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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