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부사장

“취임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극진한 영접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육해공 합동 의장대를 사열할땐 역대 중국 정상들이 탑승하던 중국산 의전차량인 훙치(紅旗)를 이용했고, 숙소인 조어대로 향할땐 30여 분 동안 도로를 통제하는 등 중국 정부는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6월 취임후 첫 중국을 공식 방문했을 당시 필자는 청와대 Pool기자로서 동행취재를 했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인 인민대회당 동쪽 광장에서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박 대통령이 베이징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연설 할 때도 부총리급 이상 인사를 배석시키는 등 예우를 다했다”면서 방중의전을 부각시켰다.
당시 중국 베이징 공항에는 한국에서 ‘신데렐라’가 오는 듯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박 대통령은 칭와대에서 중국어로 연설하면서 중국내 반응은 한층 고조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영어의 몸이고 한중관계는 사드 배치 및 북한 핵 문제 등으로 냉각기를 지속하고 있다.

새삼, 구속중인 박 전 대통령의 방중 얘기를 꺼내는 것은 지난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현지 의전문제를 놓고 국내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점을 짚어보고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우리나라 대통령이 뉴욕 공항에 갔는데 미국 측에서 단 한 명도 안 나왔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그런 광경을 연출하지 않았다”고 홀대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미국 갔을 때 미국에서 어떤 식의 의식을 했는지 면밀히 살펴보시죠"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이 제안을 확인했다.
2011년 9월 20일 당시 유엔총회 참석차 이명박 대통령 미국방문시 레드 카펫도, 군악대도, 미국 측 ‘영접’도 없었다. 오히려 ‘셀프’로 우산을 들고 있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2015년 9월 2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모습 역시 군악대, 미국 측 영접객은 없었다. 다만, 레드 카펫은 깔려 있었다.

청와대 측도 홍 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나 실무 방문 때에는 미국 정부 환영객이 나오지만, 이번 방문은 미국 국빈 혹은 실무방문이 아니라 유엔 총회 참석”이라며 “과거 정부에서도 유엔 총회 참석 시에는 미국 정부에서 일부 실무자가 나오지 영접객이 나오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번 유엔 총회에는 세계 정상급만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의전은 누가 이뻐서 더 잘해주고, 미워서 덜 잘해주고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외교계의 중론이다.
국빈방문이 아닌 경우 공항행사(기수병, 의장대 사열, 영접인사 등)는 협의에 따라 간소화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방문시 행사 일정이다.

국빈방문의 경우 알링턴 묘지 헌화,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백악관 공식만찬, 의회연설, 미국경제인 주관 만찬 등이 기본적으로 필수 일정이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취임후 첫방미 일정은 알링턴 대신 장진호비 참배, 미국경제인 라운드테이블, 백악관 만찬,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등으로 꾸려졌으니 꽤 실속있는 일정이었다는 평가다.

국빈·실무방문이 아닌 이상 공항에 누가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양국간 실속있는 외교가 우선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국제협력·분쟁해결 분야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대서양협의회가 주는 ‘2017 세계시민상’을 수상하며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시민상의 의미는 지금 백척간두에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빈틈없는 국제공조를 기반으로 문재인정부만의 특별한 해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받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3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밤 귀국했다.

‘북핵의 평화적인 외교적 해결 모색’이란 한국 입장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전달했다는데서 일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강경일변도의 대북기조를 천명하고 있지만 당사자로서의 우리 정부는 나름의 독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국제사회와 공조를 취해야 한다는데 공감이 간다.

북한의 결단을 강력 촉구하면서도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우리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평화 구걸’이니 등 폭언을 퍼붓고 있는 일부 야당도 해외순방중인 자국 대통령의 행보를 이처럼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유엔 무대에 첫 데뷔한 문 대통령의 외교방향이 다 옳을 수는 없다. 예로부터 전쟁중에는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장에 나가 있는 자국의 장수를 헐뜯고 욕하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하는 야당의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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