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東宮)에서 7세기 신라왕실이 조성한 화장실 건물지와 석조변기, 오물을 흘려보낸 배수시설이 출토됐다.
지금까지 경주 불국사와 익산 왕궁리에서 고대 화장실 유적이 나온 적은 있지만, 화장실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일련의 유적이 출토된 것은 이번 처음이다.
동궁의 수세식 화장실 유적은 그간 '화장실 고고학의 총아'로 불린 익산 왕궁리의 백제 공동화장실 유적과 비교하면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출토된 수세식 화장실은 2칸 건물로 변기는 한쪽에만 설치됐다. 12∼13㎝ 길이의 구멍이 뚫린 타원형 석조변기를 두고, 좌우에는 발판으로 쓸 커다란 직사각형 판석을 놓았다. 판석에 양발을 딛고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변기를 이용한 뒤에는 물을 부어 오물이 기울어진 암거(暗渠·물을 빼낼 수 있도록 밑으로 낸 도랑)를 거쳐 배수시설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 타원형 변기에서 6∼7m 떨어진 지점은 40㎝ 정도 낮아 물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원리상으로는 현대 화장실과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라왕실 화장실 유적은 신라인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배설했는지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으며, 저수조 주변에서 기생충이 나오면 신라인이 무엇을 주로 먹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신라시대에 이 같은 화장실 시설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증거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8세기 불국사 변기시설, 7세기 중엽 익산 왕궁리 유구만 확인되었다. 이번 화장실 건물과 변기시설, 오물 배수시설이 같이 발굴된 것은 고고학 분야의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동궁과 월지에서 확인된 화장실 유구는 화장실이라는 공간과 그 부속품들이 한자리에서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 통일신라시대까지의 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이라고 한다.
신라가 천년 역사를 이끌었던 저력은 바로 문화의 힘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우수성에 얽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신라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재현시켜 문화적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일상에서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말은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것을 말한다. 전통의 한복을 변형시켜 실용화하여 현대에 맞게 재구성한 개량 한복과 같은 것이 하나의 예다. 또한 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 나 TV 드라마로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대장금’도 같은 사례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 가지고 살았지만 주체적인 입장에서 발전시키려는 태도가 부족했다고 본다. 이번 신라왕실 수세식 화장실 발견은 소중한 전통문화 가치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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