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27일 청와대 만찬 회동은 안보문제를 고리로 여야정 ‘협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된 상황에 대처하려면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지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보여준 것이다.

문 대통령와 4당 대표가 회동 직후 발표한 공동발표문은 '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타개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는 총론과 함께 5개항의 합의사항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과 4당 대표가 향후 정치일정에 있어 초당적 협력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애초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했으나, 홍 대표는 “전혀 다른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며 불참의사를 굽히지 않아 결국 여야 ‘5당’이 아닌 ‘4당’ 대표 초청 만찬이 됐다.

'보이콧'을 선택한 홍 대표는 문 대통령과 4당 대표가 초당적 안보대처를 천명한 공동발표문에서 빠지게 됐고, 문 대통령이 안내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벙커 방문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함께 NSC 벙커를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결국 홍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임에도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자리에 혼자 빠지게 된 것으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홍준표 패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번 회동의 큰 성과물은 문 대통령과 4당 대표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주장해 온 협치 모델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여해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외교·안보 분야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고, 정책 사안이나 입법 사안은 국회 주도로 협의체를 운영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여하는 협의체에 한국당만 빠진다면 말로만 '패싱'당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여야정 협치 구도에서 자유한국당이 배제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

한국당은 그러나 2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북핵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합의하지 못했다"며 "문 대통령의 '협치쇼'를 홍보하는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며 이번 회동을 깎아내렸다.

문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동에 국민들의 기대감 또한 크지만 원내 제1 야당인 한국당이 빠진 이 상황에서 새정부는 이날 회동이 형식이 아니라 말그대로 협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그 역할에 전력을 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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