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 포항시공무원 칼럼니스트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올려나 했더니 어느새 마음 깊숙이 가을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가을은 우리 모두를 시인의 길로 오롯이 인도해 준다.
티끌 한 점 없는 파아란 높고 높은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 두둥실 재주 부리는 것을 보노라면 문득 가슴이 울컥해져 무작정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산다는 것이 이처럼 아름다운 날들을 위한 준비였다는 것임을 마주하게 된다.
풍요로운 들판만큼이나 너른 가슴으로 모두를 포용해주고 단단한 껍질로 그 누구도 오래 머무를 수 없었던 나의 곁을 이제는 부드럽게 내 주고 싶다. 가을에는 더욱 맑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낙엽 우수수 떨어진 가로수 길을 착한 당신과 깍지 손하고 따스한 마음을 담은 진심 가득한 다정한 눈빛으로 오래도록 걷고 싶다. 살포시 보슬비가 내리면 한 폭의 정물화가 되어도 좋으리라.
가을에 사랑하는 이와 손 꼬옥 잡고 걷고픈 아름다운 길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다.
총 4구간이 있는데 그 어느 구간을 택해도 손색이 없는 그저 걷고만 있어도 바다 위를 나는 선녀가 된 것 같고, 이색적인 외국에 온 것 같은 여행 마니아들의 필수 코스로 등극했다.
긴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연오랑세오녀 테마 공원과 해안둘레길을 거닐었다. 하루에 1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나갔다가 연일 귀국한다고 하는데 해외는 못 가더라도 낭만 가득한 해안둘레길을 거닐면 하와이에 간 것과 진배없는 멋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찰싹찰싹 거리는 파도소리, 그윽한 바다내음. 전기 줄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까마귀는 바다의 전설을 이야기 하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배경으로 담을 멋진 풍광. 오는 28일에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 축제가 개최되니 1코스부터 4코스까지 완주의 기쁨을 누려 보는 것도 알찬 가을을 보내는 방법일 것이다.
해양관광도시 포항의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껴 볼 수 있는 바다 산책로 이 가을에 사랑하는 이와 꼭 떠나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가을에는 사랑하는 그대와 걷게 하소서, 바다 길의 추억으로 오래도록 행복한 이 가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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