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주필·한동대 특임교수

세계에서 하나 뿐인 사관학교, 그 이름도 아름다운 ‘신중년사관학교(교장 김진동 목사)’가 ‘세 번째 해를 보내며’라는 문집을 발간하면서 고령화 사회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신중년사관학교는 4년 전, 포항에 주소를 두고 있는 65세 이상의 남녀 노인들을 입학 대상으로 한 교육기관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노인대학이었다. 그러나 출범하자마자 세인의 주목을 끈 것은 사관생도들 전원이 교복을 착용하여 등교하는 제도였다.
우선 제복을 착용한다는 것은 생도들 스스로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도출하였고, 나아가서 주변의 눈을 의식하게 됨에 따라, 스스로 수범 적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갖게 하여 자율적 행동 마인드를 높였다.
엄격한 교칙 적용으로, 처음에는 다소 불만도 있었지만 자신들에 대한 세인의 평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긍정적으로까지 변모하자 생도들도 자긍심을 갖게 되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게 된다. 따라서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고 자기 주장만 옳다는 고집을 부리게 되는데, 입학하면서부터 엄격한 학칙 적용과 사관생도라는 자부심이 하나가 되면서 또 다른 세계, 즉 순수한 젊은이로 되돌아간다는 희열이 큰 보람으로 승화되고 그 심적 변화가 사회기여로 이어졌다. 이들이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시내 전 지역 대청소 같은 것도 그 일종의 일환이다.
이러한 성공적 사례가 알려지자 이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전국의 지자체 사회교육 담당자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지난 6월 30일에는 시사투데이가 노인교육기관의 롤모델을 창안하였다하여 대한민국 신지식인경영혁신 교육대상을, 7월 17일에는 스포츠서울이 한국인 & POWER KOREA 교육혁신기관 대상을 김진동 교장에게 수여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다. 2015년 4월에는 해외연수 차 미국에 갔다가 마침 일본 총리 아베신조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20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도들 92명이 일정을 미룬 채 200여 Km나 달려가 재미동포들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한 것이 미국 전역에 방영되어 포항 사람들의 애국심을 알렸다.
2016년 3월 15일에는 독일 ARS 국영방송이 신중년사관학교를 방문, 운영실태를 취재, 4월 1일 ‘고령화 사회문제 해결에 진일보한 지혜’라는 내용의 프로를 독일 전국에 방영하여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고령화 사회문제 대처방안이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노인 의료비 증가, 사회적으로는 노인 빈곤문제에 이어 고독으로 인한 우울증 그리고 자살까지 증가 추세인데, 신중년사관학교는 이 문제 해결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김진동 교장은 첫째, 건강 유지가 관건이라고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많이 움직여야 하며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공간을 갖지 못하던 노인들이 신중년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독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단체봉사 활동을 통해 나도 사회발전에 공헌한다는 자부심을 가짐으로 더욱 활기찬 자신감을 갖게 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학교의 구호가 ‘감사’다. 모든 것에 감사하도록 전인교육을 한 것이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모든 현상에 감사하게 되니 자연히 타인에 대한 겸손과 사랑과 배려가 넘쳐났다.
셋째, 나누는 삶을 일상화하자는 것이다. 평소 주위에 관심 가질 정신적 여유가 없던 노인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나는 행복하다’는 자각을 하면서, 나보다 조금 덜 가진 이웃에 대한 배려가 ‘행복한 자’의 의무라고 느끼게 되더라는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와의 연결이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해’를 ‘이 나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도록 교육해야 한다. 새로움과 절연하고 있던 노인들이 건강해지려면 새로운 지식에 도전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양과목을 대학 수준으로 높였으며, 컴퓨터도 가르치고 스마트폰도, 악기까지 가르친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 운동 많이 하는 사람은 치매도 오지 않고 몸도 건강해지며 더욱 활기 찬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신중년사관학교 우선자 교무실장의 말에 따르면, 생도들이 신중년사관학교에 입학 후 병원 찾아가는 횟수가 삼분의 일 또는 반으로 줄여졌다고 좋아들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학제로서는 당초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도들은 4년제는 물론 대학원개설까지, 또 수업도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인들이 병원 찾아가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의 의료보험정책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가정적으로는 가족들이 그만큼 부담을 덜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지난 주 KBS가 방영한 ‘다큐 공감’의 주인공 한원주 여의사는 92세의 고령이다. 그럼에도 아직 현역에서 의사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매월 받는 급여의 90% 이상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그는 활동하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이번에 신중년사관학교가 발행하는 문집은 세 번째다. 두 번째까지는 학내용으로 소책자를 제작하였는데, 이번 원고를 검토한 결과 글의 수준도 높고, 내용들이 너무 좋아서 정식 단행본으로 출판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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