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해역인줄 알면서도 허위위치보고, 선주도 눈 감아줘

북한해역인줄 알면서도 허위위치보고, 선주도 눈 감아줘
복어 한 마리밖에 못 잡자…월선조업 감행해 3.5톤 어획

포행해양경찰서가 지난달 21일 나포됐다가 27일 송환된 391흥진호 선장 A씨와 소유자 B씨 등 선원들을 상대로 최종 수사 결과, 북한 해역서 나포 당시 흥진호가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흥진호는 나포될 당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두고 3마일을 도주하면서도 북한해역 내측이었기 때문에 알려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함과 동시에 불법조업 처벌이 두려워 구조요청이나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도 많은 어선들이 한일중간수역인 대화퇴 어장을 기준으로 비교적 거리가 짧은 북한해역을 의도와 상관없이 드나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어선을 대상으로 나포 상황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이다.

포항해경은 24일 흥진호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의하면 선장 A씨는 지난달 18일 어획고를 올리기 위해 고의로 한일중간수역에서 북한해역 안으로 약 50∼62해리까지 침범해 20일까지 3일간 불법 조업을 감행했다.

다음날인 21일 북한경비정에 나포된 가운데 실제 선주 B씨는 선장 A씨가 북한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월선조업을 공모한 혐의가 밝혀져 수산업법위반(월선조업)의 공범으로 드러났다.

B씨는 22일 흥진호가 한일중간수역에서 정상조업중이라며 해경과 포항어업정보통신국에 거짓의 위치정보를 알려줘 해경구조세력(함정·항공기)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했다.

흥진호 소유자는 선박서류상 C씨로 돼있으나 실소유자 겸 운영자는 흥진호 전 선장인 B씨인 것으로 밝혀졌고 선원 구성은 선장 A씨를 포함해 한국인 7명과, 베트남인 3명 등 총 10명의 선원이 승선했다.

흥진호 복어 잡이 1차 출어(10월 9∼13일)는 한일중간수역에서 정상적으로 조업을 했으나 복어를 150kg 밖에 잡지 못했다. 2차 출어는 16일 새벽 12시48분 선원 10명이 울릉도 저동항에서 다시 출항했다.

17일 새벽 3시, 한일중간수역인 울릉도 북동쪽 약 110해리 해상에 도착해 새벽 4시부터 밤 8시까지 조업을 했으나 복어를 한 마리밖에 잡지 못하자 북동쪽 방향으로 약 13마일 정도 이동했다.

18일 새벽 4시, 한일중간수역 좌측 경계선 부근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항로를 변경해 북한해역 쪽으로 약 50∼62해리 정도 들어가 같은 날 밤 9시까지 조업해 복어 약 1톤을 어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새벽 3시30분부터 21일 새벽 12시 30분 사이까지 어군탐지 결과 다량의 복어가 확인된 동일한 해역에서 조업해 각각 복어 1톤과 1.5톤을 어획하는 등 북한수역에서 총 3.5톤을 어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장 A씨는 10월 17일 어업정보통신국에 실제 조업위치를 보고했으나 18일과 20일에는 북한해역이면서도 조업가능 해역인 ‘한일중간수역(울릉도에서 북동쪽 185마일)에서 조업하고 있다’며 허위로 위치보고를 한 것이다.

실제로는 북한해역임을 인식하고도 3일 동안 나포 해점 주변에서 조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소유자 B씨와 선장 A씨는 20일 밤 10시20분께 위성전화 통화 시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화 당시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포당시인 21일 새벽 12시30분께 마지막으로 남은 어구 2통을 양망하던 중 중국어선으로 보이는 배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접근했고 갑판에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 10여 명이 보여 어구 2통을 절단하고 도주했다.

북한 경비정이 뒤쪽 5∼10미터까지 접근하자 선장 A씨는 ‘흥진호가 받히면 침몰할 수 있겠고, 못 따라오게 하려면 줄을 스크류에 감기게 해야 겠다’고 상각해 갑판장에게 홋줄과 닻줄을 북한 경비정 쪽으로 던졌다.

S자 형태와 원을 한 바퀴 도는 식으로 약 30분∼1시간가량 3마일 정도 도주하다 새벽 1시30분께 다른 북한경비정 1척이 도착해 단정에 타고 온 무장한(권총, 소총 소지) 북한 군인에 의해 나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흥진호가 북한 경비정을 저지하며 도주하는 동안에도 해경이나 관할당국이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불법조업에 따른 처벌이 두려워 구조요청 조차 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를 키우게 된 것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해당 선박은 선박조업안전규칙상 1년에 한 번 2시간 교육을 받는데 월선조업을 하지마라고 경고하고는 있다”며 “하지만 월선 시에는 어떻게 대처하라는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 전문가 C씨는 “북한 경비정을 맞닥뜨릴 때는 빠르게 관계당국에 신고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대부분 불법조업에 대한 처벌을 생각해 신고를 하지 않는다”며 “제2의 흥진호가 없게 하기 위해서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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