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지난 11월 29일 새벽 3시 17분 북한이 75일의 침묵 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평안남도 평성지역에서 이동식발사대에서 기습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호언한 대로 도발한 것이다.

이에 우리 문재인 정부는 29일 새벽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한미-한일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북핵에 대한 “강한 제재와 압박”을 다짐했다. 우리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6분 만에 육해공에서 가상 도발원점을 겨냥한 정밀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불포기 의사가 또다시 입증된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특별한 대안도 없이 ‘북폭을 반대’하고 “평화”만 외친다면, 미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하루 전인 28일 일본의 군사정보기관이 북한 내부에서 오가는 ‘텔레메트리(telemetry)’ 원격 전파신호를 감지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예고해 정보 능력을 과시했다. 우리 정부가 그 동안 무시해오던 한일 양국의 ‘안보 협력’, 특히 군사정보교류 협정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지난 11월 29일 발사된 미사일은 화성-15형으로서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이동발사대에서 발사되었다. 고각 발사되어 사상 최고도인 4,500km까지 상승했고, 사거리도 960km에 이르러 일본 서해안 EEZ 내 210km 지점에 낙하했다. 고각 발사의 경우, 고도의 3배가 실제 사거리로 환산된다는 점에서, 이번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13,000km 정도 비행할 수 있다.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보도를 통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면서, 발사된 미사일은 신형인 ‘화성-15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나 JSA 귀순 사건, 또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미사일 발사 동기를 분석하나, 이는 김정은의 전략 마인드를 피상적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핵무력 완성’을 향한 북한정권 내부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목표에 다가서는 로드맵(시간표)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잠재적 적국인 중공은 매체들을 동원하여 “테러지원국 재지정 뒤 북이 도발했다”면서 미국에 책임을 돌린 것은 문제의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우리가 처리하겠다(handle, take care of)”는 의지를 밝혔는데, 향후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종전과 달리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결단의 의지가 엿보이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후 “미국의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발언해, 미북 간 군사충돌을 우려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중단되지 않을 것임을 인지하고, 군사옵션을 포함하는 모든 대안을 강구해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국에 피해가 가지 않는 군사옵션이 있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아베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군사행동에 관한 논의를 했다.
지난 11월 29일자 CNN 보도에 의하면, “동해와 서해에서 북한을 해상봉쇄(naval blockade)하는 방안이 미 조야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하면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북한과의 전쟁으로 간다”고 경고하고,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막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면, 전쟁을 할 것(We will go to war if we have to)”라고 강조했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원점 타격을 주장하는 미국 내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순방 직후 중국의 우유부단한 대북전략을 목도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결행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대화와 압박 양면 전략을 구사하며 북한의 의중을 떠보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김정은의 중지하지 않는 도발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에 군사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확실시 된다.
현재 국제사회의 물정에 대해 개의치 않고 망나니짓을 하고 있는 김정은의 핵·미사일 마이웨이가 우리 대한민국에 참화를 몰고 올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김정은의 마이웨이식 핵·미사일 올인 전략이 그 자신과 북한 체제의 자멸(自滅)을 재촉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면서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백방으로 대처해야 한다. 김정은의 성격 불안정이 어느 날 갑자기 오판과 도발로 돌변할지 모른다. 국가안보가 긴박한 상황에서, ‘절대적 평화’, ‘무조건 대화’ 등의 대북전략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김정은의 잔인무도한 성격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의 대화 올인 대북전략은 국민을 ‘평화의 볼모’로 모는 위험한 대응이므로 미 주도의 모든 군사작전의 옵션에 참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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