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취감경 폐지를 건의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청원 참가자가 20만명이 넘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주취감경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술로 인해 심신장애인으로 보고 형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청와대의 입장은 국민의 법 감정과는 달리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질렀을 시 현실적으로 형량을 늘릴 방법이 없다며 청원에 답했지만, 포털사이트나 SNS 등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 주취감경 찬성

일부 법조계 사람들은 조두순 사건과 같은 경우에 주취감경을 적용했다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주취감경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신 미약의 사유로 주취가 있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 주취가 감경 사유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다.

또 형법상 주취감경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형으로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다.

법 개정은 주권자의 의사에 따라 입법기관에서 하는 것이겠지만, 주취감경을 아예 폐지하는 것은 책임주의 형벌체계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주취감경 반대

경찰청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극악무도한 범죄 대부분이 음주상태에서 일어난 것들이다.

지난해 검거된 살인미수범 995명 가운데 390명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상해를 입힌 범죄자 6만5천696명 중 음주자는 2만8천545명에 달했다.

최근 실시된 범죄 관련 사회적 불안감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8명이 음주 후 범죄는 가중처벌 돼야 한다고 답했다.

주취감경 폐지의 주장은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가 3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교회 화장실에서 8살 초등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그는 “술 때문에 기억이 없다”고 주장해 심신미약이 인정됐고 그 결과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조두순은 오는 2020년 12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유독 술에는 관대한 사회지만 ‘술김에 실수’라고 치부하기엔 음주범죄가 날로 흉악해지고 있는 만큼 주취감경에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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