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저소득층의 계층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하던 교육이 오히려 계층 고착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원이 발표한 ‘자녀의 학력이 부자간 소득계층 대물림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는 말인 듯하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대졸자가 대졸 미만 학력자보다 소득이 43∼77% 높았지만, 자녀 세대는 22∼25%에 그쳤다. 학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아버지 세대가 자녀 세대보다 1.7∼3.3배 높았다. 학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자녀 세대에서 최대 7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자녀 세대에서 학력 상승에 따른 소득 상승에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교육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된 것이다.

논문은 자녀의 학력이 부나 빈곤 대물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했다.소득계층 상위 50%인 아버지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자녀의 학력이 1년 증가하면 부자간 부의 대물림 확률은 5.7∼7.0% 증가했다. 반대로 소득계층 하위 50%인 아버지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자녀의 교육연수는 빈곤의 대물림 확률과 관련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지금의 교육은 부의 대물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는 뜻으로 교육이 고소득층에게는 세대 간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세대 간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의 이른바 ‘수저론’에 빗대어 말하면, 교육은 금수저가 금수저로 남는 데 도움이 되지만,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데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한국의 ‘교육 거품’ 때문이다.

최근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더라도 학교에 따라 나타나는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돼 대학 교육에 ‘거품’이 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고소득자 자녀는 같은 4년제라도 질적으로 더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게 돼 소득 격차가 굳어진다는 것이다.

논문은 “소득 격차 심화는 사회가 추구하는 기본 이념인 평등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교육받을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소득 이동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과거와 같이 흙수저 계층의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하던 교육이 부의 대물림으로 더 이상 고착화되지 않고 개천에서 용이 다시 부활하도록 공교육 강화와 교육 거품 제거에 대한 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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