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칼럼]

백운용 논설위원

지난 7월 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전라남도 순천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의 텃밭에서 승리한 것은 한국정치발전의 변화조짐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 매우 궁금하다. 왜냐하면 전라도 지역에서 새누리당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예는 전무하다. 그리고 경상도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 후보가 당선된 예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현실은 한국의 정치사를 돌이켜 볼 때 정치적 갈등구조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탓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한국정치사를 통시적으로 고찰해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갈등구조를 유형화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친일세력과 민족주의 세력 간의 갈등구조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에 북한은 소련에 의하여, 남한은 미국에 의하여 각각 해방되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김일성을 비롯한 친러세력이 친일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을 모두 청산하고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 헸다. 반면에 남한은 미군정에 의하여 민족주의 세력이 소외되고 친일세력이 그대로 온존되어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다. 그 결과 민족주의 세력과 친일세력의 갈등은 항상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둘째, 군부세력과 반군부세력 간의 갈등구조이다. 전두환 군부구테타세력과 그것에 맞선 반군부세력의 정치적 갈등은 전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으며 민주시위자들은 투옥되고 민주정치는 다시 한 번 미래의 운명에 맡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은 우리사회를 불신과 분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으며 많은 피해자가 속출하여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셋째, 영호남의 지역갈등구조이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영호남간의 지역적 대립양상이 정치적 대립양상으로 치환되어 그 해결책이 전무한 형편이 되었다. 이러한 지역갈등구조를 바탕으로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새누리당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좁은 땅을 동서로 갈라놓았다. 정치가들은 바로 이런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하면서 당 공천은 바로 당선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당의 민주화는 물론이고 정치적 민주화는 또다시 지역갈등구조에 함몰되어 아직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넷째,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갈등구조이다. 박정희 정권이 5.16군사혁명을 통하여 집권한 후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하였다. 그러한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에 동참한 세력들은 열심히 일하여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반면에 민주화 세력들은 군사정권에 반기를 들고 민주항쟁을 통하여 정치적 민주화를 부르짖으면서 오랜 인고의 세월을 감내해온 자부심으로 살았다. 이들 양대 세력은 서로 원수지간은 아니지만 정치발전이 먼저인가, 아니면 경제발전이 먼저 인가? 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이상과 같은 네 가지의 갈등구조 속에서 이번 7월 30일 실시된 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후보 이정현 씨가 전남 순천에서 새정치민주연합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여태까지 경상도에 기반을 둔 정당이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경상도에서도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의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적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여당의원인 이정현 씨가 당선된 것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보여 진다.

그 의미는 첫째로 호남에서도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흐르고 지역감정이 퇴보하는 한편 경제문제에 제1차적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둘째, 이제 호남에서는 당이 아니라 당과 인물을 보고 열심히 지역민을 위해 일하는 참된 후보를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파악된다. 셋째, 영남에서도 지역갈등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고 호남에 기반을 정당의 후보가 지역민을 위한 참된 일꾼이라면 그 후보를 뽑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미약하지만 이번 대구지역의 구의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여러 명 당선된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가오는 총선거에서 과연 위에 열거한 한국의 고질적인 네 가지 갈등구조가 일거에 해소되고 영호남간의 진정한 정치적 통합과 지역통합이 이루어져서 정치발전이 달성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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