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태 편집국장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이 베풀어주는 배려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간성의 중요한 덕목의 하나인 배려심이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배려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을 말한다. 배려는 내가 손해 보면서 남을 위하는 일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다. 언젠가는 내가 베푼 배려와 나눔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 젊은 청년이 초조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청년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긴 노력 끝에 결혼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반지를 준비해서 그녀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는 마음에 청년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다가 결국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청혼하고 싶은 마음에 앞도 잘 살피지 않고 정신없이 달렸다. 하지만 청년이 도착한 여인의 집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여인은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청년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차가운 말을 전했다.
며칠 후, 여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괴로워하던 청년에게 여인이 보낸 편지가 왔다.

'나는 그날 당신을 기다리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당신이 우리 집을 향해 달려왔을 때 저는 정말로 기뻤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얼마나 급했던지 마주 오던 누추한 옷차림에 한 여성과 부딪혀 넘어지게 하고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대로 오는 당신을 안타깝게 지켜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한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사랑을 잃은 청년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수필을 쓴 영국의 유명 수필가 찰스 램이다. 여인과 헤어진 후 찰스 램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려고 노력했고,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을 잃었지만, 인생의 소중한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위대한 영혼’으로 불리는 인도의 성자 간디가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급히 올라탔다. 그 순간 그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에 떨어졌다. 기차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간디는 그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간디는 얼른 나머지 신발 한 짝을 벗어 그 옆에 떨어뜨렸다. 동행하던 사람들이 놀라 묻자 간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신발 한 짝을 주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발 한 켤레를 제대로 갖게 되지 않았습니까" 하고 답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다는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려울 것도 아니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위대함이란 것도 사실 남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다. 반드시 물질로서 남에게 베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듣는 이를 배려한다면 우리의 언어가 달라질 것이고, 우리 주변이 달라질 것이다.

찰스 램은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면서 사랑하는 여인만을 생각하며 약한 사람을 배려할 줄 몰랐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나서야 인생의 소중한 깨달음을 배웠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공동체에서 혼자만 잘살면 행복하고 재미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혼자 행복하기보다 다함께 행복한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일 것이다.

가끔 인터넷 댓글을 보면 상대에 대한 비방의 글들이 지나칠 때가 있다. 이는 타인의 잘못을 포용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타인을 비방하고 허물을 들추는 풍조는 불신과 대립을 야기시켜 사회를 어지럽힌다. 자신은 바른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일을 당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내가 먼저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 허물을 덮어준다면 언제가는 타인에게 내가 존중받고 예우를 받는다.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다.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이 각박하더라도 '배려의 소중함’을 수시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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