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실바노)계산성당 주임신부

사목하던 본당이 50주년 되었다고 ‘회고사’를 부탁해왔다. 5년 가까이 살았는데도 그래 이거다 하는 부분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를 않았다. 도대체 뭘 하고 살았을까?

매일미사를 드리면서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를 외쳤고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는데…. 복음을 어떻게 전하고 살았는지, 그 열매는 무엇인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걸 보면 제대로 살지 못했던 것 같다.

‘회고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부임하던 날 마당에 서서 본당회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웬 젊은이가 두세 번씩이나 기웃거리면서도 인사를 안 한다. 마음속으로 ‘버릇없는 놈이구만…’ 했다.

그는 주일학교 교리교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부가 새로 왔다고 짐정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부님 오셨다고 나가보니까 신부는 없고 웬 아저씨가 회장님과 이야기 중이더라고. 모여 있던 교사들에게 신부님 아직 안 오셨다고 했단다.

이 교리교사들이 나중에 청소년들과 신앙의 삶을 나누는데 아주 훌륭한 파트너가 되었다. 교리교사들이 먼저 신앙을 제대로 사는 것. 평일미사 1회 이상, 매일 묵주기도, 토요일 어린이미사, 주일미사 다시, 학교 성적표 검사, 길거리 농구는 나를 울게 만들었다.

스스로가 신앙인이 되지 않으면 놀이 위주로, 흥미 위주로만 흐른다. 그러다 재미없어지면 자신도 신앙생활을 손 놓게 되고 마는 것이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9-20)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불러 모으신 이유이고, 교회가 세상 끝날까지 살아야할 삶의 지표이기도 한 말씀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살아야할 신앙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주십사고 청하여라.”고 하신다.

무엇보다 자신의 뜻이나 사회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들은 예수님께서 직접 뽑으신 12제자이기도 하지만, 성체성사에 참여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일”이다. 말로써 선포하고, 삶으로 실천하고, 마음에 새겨서 살아야 한다.

순수하게 살아야 한다. 말이나 행동이 모범은 아니더라도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내가 본을 보여주는 것이다.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너희가 사는 모습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하라.”

세상 사람들이 우리 삶을 보고 하느님을 알게 하는 것이 복음 선포이다. 작은 관심마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 공동체, 거의 매주일 새로 오시는 분들이 인사한다. 다 나오셨으면 성당자리가 모자랄 텐데…. 누구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친교는 차 한 잔, 빵 하나의 나눔이 아니다. 거기에서 서로 사랑이 나누어져야 한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가서 하늘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여라, 앓는 사람은 고쳐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주어라. 나병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주고 마귀는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7-8)”

우리는 거저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제자들의 부르심, 파견 교회가 부여받은 사명이다.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아보자.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다른 일들에 (미움, 시기, 질투…) 시간이나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래서 내 삶의 모습이 훌륭한 선교가 되도록 날마다 기도하고, 삶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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