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명의 피해자입니다' 대자보 전문.
‘유명무실’ 상담 센터, 학생 신뢰 잃어 불만 속출
교직원 간부급 인사가 계약직 여직원 성추행
이어지는 성범죄 사건, 교육당국 및 대학의 적극적인 협조 필요

미투 운동(Me Too. 성폭력 피해 고발)’이 전국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텍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포스텍이 단톡방 성희롱 사건<본보 2017년11월 21일자>과 관련한 처벌을 축소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4면

포스텍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이 대학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관련 사건은 총 12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모 학과 MT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며,4월에는 성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대학원생이 자살했다. 11월에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12월에는 성기노출 사건으로 인한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 이 밖에도 SNS 계정에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어 포스텍 학생들의 성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대학가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피해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인 징계 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성평등센터나 인권센터에서 조사 후 징계위를 열 수 있지만 제적·정학·벌점 등 구체적인 처벌사항은 징계위 위원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기 때문에 일관된 규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학생처는 징계 대상자만 알기 때문에 최종 징계 결과를 피해자가 알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스텍 측 관계자는“‘무엇을 잘못했을 때는 무엇’이란 형태로 돼 있지 않고, 구성원의 구분에 따라 인사위원회 혹은 학생생활위원회의 심의 및 징계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결정된다”며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는 결과에 따라 징계요청을 하게 되며, 징계 수위는 결정할 수 없다. 단, 재발방지 교육, 봉사활동 등을 명령할 수 있는 권리는 있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의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이 숨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피해자가 사건이 수면 위로 나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포스텍 교직원 간부급 인사가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본보 2월26일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목격자는 있으나 피해자는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피해자가 입을 다물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특히 대학들이 성범죄와 관련, 사건을 축소 및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포스텍은 재학생 성기 노출 등 성폭력 의혹<본보 지난해 12월15일자>과 관련, 해당 학생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대학 측의 사태 확인과 재발 방지 노력보다는 사건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에 제정된 연방법 ‘클러리법(Clery Act)’에 따라 대학들이 의무적으로 성범죄를 포함한 학내 범죄사건을 조사하고 범죄통계를 정확히 기록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학내 성범죄 대처가 미흡한 대학은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육부는 성범죄 통계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전면에 나서서 성범죄 관련 자료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파면이나 해임 결정을 내릴 경우 처분 취소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측에서 중징계를 부담스러워하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 대학은 교육 기관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수업을 듣는 등 같은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대학의 성범죄에 관해선 즉각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적인 조항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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