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지금 미투 열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투 운동도 사각지대가 있다. 사회 전반에 ‘미투’ 바람이 불고 있지만 외면 받고 있는 대상은 한국 내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이다. 결혼과 노동, 유학 등으로 한국에 들어와 살면서 외국인 여성은 음식점, 공장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겪는 각종 성추문 경험들이 언론에 조금씩 밝혀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주여성의 경우 성추행을 당해도 이를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2001년 출범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성폭력을 비롯해 가정폭력, 가족 갈등에 대한 상담과 법률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 2016년 5∼8월 베트남·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경과 2.4%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응답자 중 64%는 한국인 고용주나 관리자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주여성은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각종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게 되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 미흡한 지역 지원체계 및 예방·구제제도 때문에 많은 이주여성이 지금도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한국말이 서툴러서(64.4%), 도움 요청할 곳을 몰라서(52.6%), 신고 후 불이익을 당할까 봐(15.8%), 가해자가 두려워서(10.5%), 한국에서 추방될까 봐(5.3%) 등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확한 이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알 수 있는 국가통계는 없다. 그러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운영하는 상담소의 상담통계를 통해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와 대구이주여성상담소 2곳에 접수된 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456건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중 64%는 한국인 고용주나 관리자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은 이런 상담시설이 있는지 모르거나 주위 시선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실제 신고 건수보다는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미투 대열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외국인 여성은 요즈음의 상황에 더욱 큰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성희롱 시정제도의 사각지대를 가능한 좁히고 촘촘한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요즘 거센 미투 운동에도 불구 왜 유독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이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금세 알 수 있다.

이들이 성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미투 운동에도 정부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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