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농약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서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사고가 발생했다. 13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7월 상주에서 80대 여성이 마을회관 냉장고 안에 사이다에 맹동성 농약을 투입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한 사건과 2016년 8월 청송군 마을회관에서 맹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1명이 숨진 사고에 이어 세 번째 발생한 사건이어서 충격적이다.

포항남부경찰서는 마을 공동취사장에 조리해 둔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을 투입한 혐의로 용의자 A씨를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독극물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고 한다. 경찰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새벽에 혼자 드나든 것을 확인하고 체포했으며, 작업장 인근 밭에서 농약병을 수거해 지문을 채취하고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1일 오전 4시쯤 포항 남구 호미곶면 한 마을 공동취사장에서 축제 준비를 하던 마을 주민이 먹으려고 끓여 놓은 고등어추어탕에 농약 150㎖가량을 탄 혐의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수산물 축제 개막을 준비하면서 같이 먹으려고 음식물 20~30인분을 사건 하루 전날인 20일 끓여뒀다.

수산물축제에서 주민이 공동으로 식사하기 위해 준비해 둔 고등어추어탕을 맛본 주민은 구토와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별다른 증상이 없어 귀가 조치됐다고 한다. 용의자는 평소 부녀회원 간 사이가 좋지 않았고, 축제와 관련해 평소 불만을 가지고 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고등어추어탕 농약사고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적한 어촌마을에서 모두가 한 가족같이 지내 오다가 공동체에 불신이 생겨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가 예로부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아름다운 정신문화가 개인이기주의와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 안타깝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는 복지사회의 기치를 내걸고 경제적 풍요에 주력하고 있다. 헐벗고 굶주리던 지난날에 꿈같이 느껴지던 사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모든 현상에는 득과 실이 있는 법이다. 물질적 풍요가 우리 삶을 보다 여유롭고 편안하게 해준 반면, 더불어 산다는 인간 사회의 기본 속성을 망각하게 하는 실을 낳았다.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정착됨으로서 이웃의 존재이유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도덕적 양식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웃에 대한 불신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싹틀 수 있는 소통의 기회가 부족한 탓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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