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유네스코가 1995년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이었다. 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4월 23일로 정한 것은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바로 이 날인 데서 유래한다.

현재 책의 날의 기원국인 에스파냐를 비롯해 프랑스·노르웨이·영국·일본·한국 등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출판 관련 단체와 대형 서점들을 중심으로 사진 공모전, 사랑의 책 보내기 운동, 도서관에 책 기증하기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최근 책을 읽는 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커피전문점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형태로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카페형 서점이다.

서점을 ‘사람들이 책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병행해 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책으로 가득한 공간, 북 카페가 조금씩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퇴근 후 저녁 시간을 독서에 투자하는 20~30대 직장인들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다.

차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독립 출판물까지 접하고, 서적뿐만 아니라 종이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많아진다는 것은 일상에서 휴식을 즐기며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식사는 물론 가벼운 음주까지 가능한 카페형 서점이 최근 부쩍 늘면서, 음료를 주문하면 매장에 비치된 서적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곳부터 독립 출판물 전용 서점, ‘만화방’을 현대식으로 탈바꿈한 곳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에서는 식사·음주와 함께 종이책을 즐기는 새로운 독서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기존 만화방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카페형 서점은 이미 지역 곳곳에 자리 잡았다. 전국 최다 가맹점을 보유한 A업체는 대구·경북지역에 12개소, B업체는 7개소의 가맹점을 냈다. 이곳은 독서와 동시에 간식을 먹거나 식사할 수 있는 휴게음식점이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카페형 독립서점도 눈길을 끈다. 독립서점들은 책을 소개·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서점에는 고객이 책을 구매한 뒤 매장에서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좌석 등이 마련돼 있다.

이처럼 서점 형태가 다양해진 것은 전자기기 발달로 종이책 취급점 이용자가 점차 줄자 생존 전략의 하나로 서점과 커피전문점 등의 결합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애서가들이 많아져 우리나라가 독서 강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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