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28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 전문을 그대로 소개하며 합의 이행의지를 재확인했다.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내용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선언 전문을 그대로 보도했다.

사실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 '북방한계선' '군축' 등의 표현이 담겨 북한으로선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으리라고 보였으나, 이를 가감 없이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 개발을 '선대 수령의 업적'으로 주장해 왔고 천신만고 끝에 작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인데 비핵화는 이러한 핵무기의 폐기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적어도 대내적으로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전하면서 '비핵화'라는 표현을 보도내용에 넣기는 했었지만, 자신들이 이행해야 할 과제로서 비핵화를 언급한 적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과연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보도하면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할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오전 열린 정상회담을 소개한 기사에서 "회담에서는 북남관계문제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보장문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비롯하여 호상(상호)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교환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가 비핵화였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 안에 있는 껄끄러운 표현까지 보도한 것은 결국 정상회담의 합의가 자신들의 진정성이 담긴 것임을 분명히 하고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27일 열린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회담 합의 이행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는 미국에 대한 압박의 성격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제는 미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5월∼6월 초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는 비핵화를 결심하고 이행할 테니 미국도 북한과 관계 정상화 등을 통한 적대정책 철회를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핵 문제 해결 없이는 역사는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알고 있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북한은 이번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남북관계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표현도 그대로 전파했다.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북방한계선'이라든가, 군사력 축소를 의미하는 '군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북한이 남쪽과 논의를 껄끄러워하는 군사당국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 시절과는 달리 속도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 수행원으로 북한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과 야전군을 총괄 지휘하는 리명수 군 총참모장을 포함해 앞으로 열릴 남북 군사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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