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노모(83) 할머니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경산시 북부동에 거주하는 노 할머니는 지난 2003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보호를 받고 있는 홀몸노인이다.

평소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아 감사한 마음이 컸다면서 이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15년 간 수급비를 조금씩 모아 기부했다. 그는 지체장애가 있어 불편한 가운데 건강이 허락할 때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 가정에 적은 금액이지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석학 기 소르망(프·문명비평가, 파리정치학교 교수)이 몇 년 전 주한 프랑스 문화원을 찾아 그의 책 기념간담회에서 “한국은 아직 복지국가가 아닙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부는 국가가 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이 기부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책에는 기부대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기부문화를 1년 동안 취재한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은 어렸을 때부터 어렵고 소외된 사람을 돕도록 교육받고 실천한다고 한다. 성공한 미국인 대부분이 기부재단을 설립하고 일반인과 학생들도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자원봉사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1%의 부자가 전체 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다. 하위 90%에 속한 사람들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다. 2007년 통계로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받는 연봉은 약 155억 원으로 직원과 차이가 344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다행이도 미국엔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자가 많기에 사회갈등이 한국보다 높지 않다.

소득불평등이 세계 최고인 나라이지만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푸는 부자들 때문에 미국사회는 잘 돌아가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 중에서 두 번째로 심한 한국, 정부와 부자들은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해 관심이나 가지고 있는지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다.

기 소르망은 이날 “가난을 극복한 한국은 이제 사회안전망 구축을 미래 경제 번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개선이 느리다고 말했다.

이번 노모 할머니의 이웃돕기 성금 기부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어려운 형편에도 오히려 주변의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큰 감동을 주었다. 어르신의 나눔 정신이 전국 곳곳에 알려져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 소르망의 말처럼 한국의 기부문화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적극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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