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5년 '대사회의'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바짝 붙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

김계관, 리비아 모델 '先핵폐기·後보상' 인식…'일방적 이행' 거부


북한이 16일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소위 리비아 방식의 핵포기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 '의제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핵심 의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등 미 당국자들이 그간 여러 계기에 주장해온 비핵화 방식들을 조목조목 맞받아치면서 '수용 불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우선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볼턴 보좌관 등이 거론해온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의 성격을 '선(先)핵폐기'와 '후(後)보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비쳤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

김 제1부상이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행 과정의 일정 단계에서 미국의 상응하는 보상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의 '범위'라고 할 수 있는 '완전한'(complete) 비핵화를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증 가능한'(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구체적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다.

아울러 김 제1부상이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이라고 담화에서 거론한 대목은 최근 미측이 핵폐기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한편 통일부는 1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날로 예정된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남북고위급회담 일자를 우리측에 알려온 직후,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히고,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북측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16일 새벽 0시 30분께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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