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은 세계 각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음력 4월 8일 이지만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등 이른바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음력 4월 15일이 부처님 오신 날로 지정되어있고 일본은 양력4월8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봉축한다.

금년은 부처님 열반한 해를 기준으로 불기(佛紀)2562년이다. 부처님은 4,620년 전 인도의 룸비니동산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발을 걸으며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위대한 선언을 했다고 한다. 천상천하에 유일한 존재인 ‘나’는 불법이며 진리이며 우주이다. 삼계에 있는 모든 중생은 탐진치(貪嗔痴)로 인해 일체개고(一切皆苦)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깨닫게 하여 모두가 편안하게 하리라.
즉 유아독존인 ‘나’인 ‘내가 누구인가?’를 바로 깨달으면 우주법계에 주인공으로 대 자유를 얻고 이웃을 내 몸같이 대자대비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왕자의 부와 권력과 권속을 떠나 출가하여 6년간의 고행 끝에 34살에 깨달은 자 붓다(佛陀, buddha)가 된다. 부처님이 지혜의 눈을 떠 보니 온 중생은 부처이면서도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지 못하고 중생의 삶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80세 열반에 들기까지 맨발로 걸으면서 중생을 무지에서 건져내어 교화하고 설한 법문이 8만대장경이 만들어져 있다.

부처님이 길 위에서 태어나서 길 위에서 도를 펼치고 길 위에서 열반하기까지 그가 깨닫고 설한 진리는 탄생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손가락을 들어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것은 지금 여기서 ‘나’라는 존재는 인연된 조건으로 인해서 나타남이 연기(緣起)의 실상을 설명함이요. 갓 태어난 아기가 7발을 걷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오탁악세(五濁惡世)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자성(自性)이 곧 아기의 청정한 부처의 성품임을 보여주고, 육도윤회를 오가는 인간의 삶을 깨달음(7覺支)으로 완성되는 것을 상징한 위대한 법문인 것이다.

또한 부처님 오신 날은 연등을 밝힌다. 연등(燃登)이라 함은 부처님의 태어남으로 인해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고 깨달음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유래를 보면 <현우경>에서 가난한 여인 난타의 정성으로 바친 ‘빈자일등(貧者一燈)’에서 찾아본다. 아무리 비바람이 불고 불을 끄려하나 꺼지지 않는 등불을 보고 부처님이 "그 등불은 너희들 성문(聲聞)의 힘으로 꺼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네가 사해의 바닷물을 길어다 붓거나 크나큰 태풍을 몰아온다 하여도 그 불은 끌 수 없다. 그 등불을 보시한 사람은 자기의 재산과 마음을 진실하게 바친 뒤 일체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것이기 때문이니라."라고 하시며 난타를 불러 그녀에게 수기(授記)를 주신데서 연등의 유래가 시작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연등의 의미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기 전 아난다와 비구들에게 최후의 유계(遺戒)를 주신데서 일 것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려 하자 아난다가 슬퍼하면 ‘부처님이 가시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여 공부를 하여야 합니까?’하니 부처님은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 이계위사 불방일(以戒爲師 不放逸)계를 스승으로 삼아서 방일하지 말고 열심히 수행정진 하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방일(放逸)하지 말고 내 안에 자성을 찾아 바르게 정진하라고 가르치셨던 석가세존의 법등이 오늘까지 찬탄의 대상이 연등을 밝히는 연유라고 하겠다.
즉 등불은 무명의 어둠을 밝혀주는 깨달음이다. 깨달음의 지혜 등불이 자신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온 누리에 자비광명으로 두루 비추어 만인이 평화롭기를 발원하는 뜻이다.

이렇듯 불법의 진리가 시작과 끝을 함께 원융한 중도의 진리이듯 탄생(生)은 곧 열반(死)으로 회통한다는 지혜를 알면 부처님 오산 날의 의미는 단순한 성인이 탄생한 날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위대한 부처님이 진리를 선포한 날로 알아야한다.

또한 일체중생은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라 중생은 모두 본래부터 불성(佛性)인 부처의 씨앗을 가지고 있듯이 내가 부처임을 자각하고 늘 깨어서 매 순간순간 부처로 거듭나는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요. 나날이 좋은 날로 (日日是好日)로 늘 새로운 날이라는 뜻이다.
즉 우리는 매일매일 부처님 오신 날로 성성하게 깨어서 살아가길…….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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