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수(시인)

부조장 갔다 오마 던 정인(情人) 가던 길에
옥녀는 넋을 놓아
바람소리 새소리에 묻혀
날이 가서 달이 가고
달이 가서 해가 가도 소식 없는 정인 기다렸네

그러하던 한 날,
의붓애비 마신 술, 그만 원수 되어
아이고, 이런 제기랄
의붓딸, 옥녀가 그만 요염한 기생으로 얼비치고 말았으니
후세 사람들, 옥녀봉이라 하는
이 봉우리 위에서 옥녀는 몸을 날렸을 수밖에

그런 옥녀야 분명
저 위하여만 아니라
비참의 극치에서 지옥 밑바닥 자청하였을 의붓애비 위하여
스스로 몸 추스르고 추슬러
이 봉우리 어딘가에서
안으로 마음 모아 정좌하고 도(道)닦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옥녀봉 이 봉우리 지나가는 이여!
옥녀봉 이 봉우리 지나갈 때는
함부로 마음 가지지 마시라
함부로 웃지도 마시고
다만 숙연히 지나가시라
옥녀의 명복을 비는 듯
왕생극락을 비는 듯

*옥녀봉 : 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리 생태공원 둘레길에 있는 산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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