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특·한학자

효사상은 우리민족의 신앙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은 孝이다. 유교문화의 중심 가치는 孝이고, 조선조 사회를 이끌어 온 국가의 중요시책이 孝이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 뿐인가 하노라”

어떤 사람은 孝사상은 옛 사람들 만이 부모님에게 실천하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에게서 나의 신체를 받은 것은 다름이 없다. 인간의 본성은 자신을 아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것이 인성교육의 목표이다.

태어나서부터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하다가 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 것이다. 孝는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의 실천규범으로써 우리의식의 심층부에서 자리 잡은 강력한 신앙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물론 유교의 孝사상이 우리에게 들어와 철저히 받아들여지고 실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교의 孝사상이 받아들여지기 이전에도 孝사상이라고 이름 할 사상이 본래부터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원시 종교적 샤머니즘에 뿌리를 둔 부모와 조상에 대한 숭배사상이다.

고대 중국의 제왕인 순(舜)임금님은 지극한 효자로서 요(堯)임금님으로부터 왕위(王位)를 이어 받았으니, 이분이 다름 아닌 동이지인(東夷之人·한국사람)이라고 공자의 후손인 공빈(孔斌)이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에 기록하고 있다.(BC 268) 그래서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했다.

1917년 일제강점기 때 강원도 산골 화전민(火田民)들 만이 살던 오지마을에 폭설이 내려 그 이듬해 봄까지 교통이 완전히 두절된 적이 있었다. 상당수 화전민이 폭설에 갖혀 고립된 채 굶어 죽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는데, 이듬해 봄에 당시 총독부에서 그 실태를 조사 보고한 기록에 보면, 어느 외딴집에서 너댓 명의 가족이 굶주리다가 고스란히 죽었는데, 그집 천장을 보니 종이 봉지가 매달려 있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떼어 열어보니 그 속에는 하얀 쌀이 두 되 가량 있었다. 굶어서 죽게 된 사람들이 이것이라도 마저 끓여먹고 죽을 것이지 이렇게 남겨 놓은 까닭이 무엇인가 알아 보았더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부모 제삿날에 메 지을 쌀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은까. 조선 후기의 유학자들이 산골의 화전민에게까지 유교의 孝사상을 철저히 교육시켰기 때문이겠습니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부모를 기리는 마음이 신앙에 해당하는 간절한 믿음이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 고유의 孝사상이며 우리 전통문화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고유한 언어나 신앙, 종교, 철학 등과 같이 가장 고차원의 정신문화를 관념문화(觀念文化)라 한다. 이것은 여간해서 타문화에 동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관념문화의 바탕에서 보면 孝는 인간의 행동방식을 규제하는 규범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이것은 규범문화로서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 다른 문화에 동화되거나 소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孝는 그런 규범이라기보다는 신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즉 관념문화로서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다른 것에 동화되거나 소멸할 수가 없다. 우리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대대로 이어온 조상님께 고마움을 표시하는 의식은 우리민족의 고유의 전통이요, 인간성 회복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 자신의 이 한 몸이 단순한 나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그 원류를 찾아보면, 먼 윗대의 조상으로부터 시작되어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다.

“풀 한 포기만큼 신비스런 것이 없다.” 라고 어느 철인(哲人)이 말한 것처럼 나는 신비스런 존재이고 나를 있게 한 사람이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신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있으니, 즉 다시 말해서 孝의 개념을 망각한 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곧 여름방학이 되고 피서철이 된다. 멀리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처럼 우리의 마음을 자연의 아름다운 가슴에 묻고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일깨워 훌륭한 인격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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