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산단 분양률 약15%, 대기업 입주 신청 제로…갈수록 빈 공장 늘어가는 도시 구미

▲ 곳곳 마다 나붙은 구미공단 임대현수막
구미공단이 날이 갈수록 빈 공장 수가 늘어 구미시민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노후화된 1공단은 물론 2~3공단도 타지 이전 등 빈 공장이 늘어 공장을 임대하고자 부동산이 붙여놓은 공장임대 현수막이 도배를 하고 있다.
구미공단 임대 및 매매는 3단지의 경우 부지 1만평에 건평 600여 평, 동력200kw, 호이스트 2,8 톤에 15억원이며, 4단지 내 임대는 건평 500여 평에 전기 400kw에 평당 임대가는 1만7천원이다.

이처럼 구미공단은 1단지에서 4단지까지 공장매매 및 임대물건이 구미시내 곳곳 부동산에 업소에 등록돼 있다.

이처럼 빈 공장이 늘어가는 것은 구미공단의 주력산업인 삼성, 엘지의 베트남 등 해외 사업장 이전으로 이들 회사 1~3차 협력업체들도 따라가는 추세와 수도권 규제완화 등 타지로 옮겨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구미국가 1산업단지에 있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수원 이전설이 확정되면서 지역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업부는 지난 1980년대초 한국전자통신을 인수, 삼성이 처음으로 통신사업분야에 진입, 구미공단을 통신 유무선사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공단으로 성장시킨 사업으로 이전 시 임직원 400여 명과 협력업체 수십여 곳도 인전할 것으로 보여 구미지역 경제계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근로자와 일터가 줄자 구미지역 아파트 값은 물론 회사 인근 상권 내 건물주와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이는 지역에 기업을 새로 유치하기는커녕 있던 기업조차 떠나는 상황이 이어지자 구미경제는 점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 속속 빠져나가는 대기업 공장들

구미에 대규모 공장을 세 곳 두고 있는 LG전자도 구미공장에 있던 TV사업부 대부분의 생산라인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구미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다.

TV사업부가 쓰던 LG전자 구미 사업장의 A2공장은 현재 물류창고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1969년 고이병철 회장이 삼성전자를 설립한 곳인 데다 1988년 국내 최초 휴대폰인 SH-100을 개발하고 1994년 애니콜 브랜드 SH-770을 출시한 곳이 바로 구미국가산단이다.

현재도 삼성전자는 구미에 1·2캠퍼스를 두고 휴대폰 개발과 생산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생산기지는 2010년을 전후해 모두 베트남 등지로 이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을 베트남 공장 두 곳에서 생산한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로 옮기더라도 더 나은 곳으로 집적화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경영상 불가피한 전략이다.

지금 대기업들이 투자를 접는 이유는 경기불황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중국업체들이 밀고 쳐들어오자 경쟁력 차원의 원가절감으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베트남으로 이전 시 구미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제조업 특성상 대규모 하청업체들이 함께 따라가 결국 대기업이 떠날 때 구미에는 빈 공장 수만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 경제불황과 수도권 규제완화, 현정부 반재벌정책 등 투자 접는 대기업들

국내 최대의 내륙 수출 도시 구미의 경제가 침체된 이유는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한 대기업 공장 이전과 교통망 발달로 인한 상대적인 입지 경쟁력 감소 등이 근본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구미 경제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은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과 현 정부의 반(反)대기업 정책들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 등 기업들을 옥죄는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자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이 투자의욕 상실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취업자수는 2706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만2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취업자수 증가 폭은 올 1월까지만 해도 평균 3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월 10만명대로 떨어진 이후 3개월 연속으로 10만명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진 제조업 분야에서의 취업자수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올 4월 6만8000명, 5월에는 7만9000명 감소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또한 지난 2016년 구미세관 자료에는 구미국가산단 수출액은 247억달러로 가장 높았던 2013년의 367억달러에 비해 120억달러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283억1800만달러로 2016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는 전망이 밝지 않다.

■ 신규 조성 5단지 공장용지 대기업 한 곳 없는 중소기업 3곳 뿐

1천만평 규모 산단이 만든 도시 하이테크밸리란 이름으로 조성 중인 구미국가산단 5단지는 전체 935만㎡(283만평) 규모다. 1969년부터 조성된 1041만㎡(315만평) 규모의 구미 1단지를 제외하면 구미에 있는 산업단지 중에서 가장 크다. 구미시는 2008년부터 구미산단 5단지 조성 사업에 1조5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구미시는 18조2천여 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1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구미시 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구미산단 5단지 분양률이 당초 계획보다 저조해지면서 분양사업자 측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구미산단 5단지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서 공사와 분양을 하는데, 전체 935만㎡ 중 376만㎡(114만평)를 1단계로 우선 분양 후 지난해 상반기부터 분양을 시작한 구미 5단지는 올해 7월 4일 기준 1단계 목표 중 약 15%만이 분양된 상황으로 현재 구미 5단지에 입주를 확정한 기업은 일본계 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와 국내 중소기업 세 곳이 전부로 국내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

당초 수자원은 2023년까지 5단지 분양을 100% 끝내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분양실적이 저조해 목표 연도를 늦췄다.

■ 최저임금 인상 인력 블랙홀되다

근로자들을 위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인력채용 감소를 가져오는 인력 블랙홀이 되고 있다.
기업과 자영업자들도 임금 인상보다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꺼려 일자리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취업자수 감소현상은 구미에서 더욱 확연하다. 과거에는 일자리가 넘쳐나 주변 도시들의 유휴 인력을 빨아들이던 도시가 이제는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구미 일자리 감소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사업체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으로 오히려 한국인보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근면·성실해 조만간 베트남에서 사업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업주들도 많아 결국 구미는 빈 공장과 신규사업 축소로 인력 블랙홀이 되고 있다.

회사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로 옮기더라도 더 나은 곳으로 집적화하는 것이 기업 경영상 불가피한 선택이다.

구미공단 A대표는 “계열사별로 공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는 경영 전략으로 임금과 교통망, 공장용지 등 다양한 플랜을 세워 구미가 장점이 없을 경우 떠나는 추세라며 현재 구미는 이런 메리트가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 구미공단 3분기 전망도 어두워

구미시의 통계상 지표는 아직까지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 2015년 기준 경상북도 시군 단위 GRDP(지역내총생산)를 보면, 구미시의 GRDP는 29조1000억원, 1인당 GRDP는 5만7926달러(6554만3000원)로 경상북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구미상공회의소가 구미지역 제조업체 7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3/4분기 기업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79로 나타나 전 분기 전망치 112에 비해 33포인트 하락했다. 전기·전자(63), 섬유·화학(75), 기타(58)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기준치를 밑돌았다.

■ 진보정당 출신 시장 당선으로 무너진 지역경제 회생 구미시민 기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노후도가 심각한 구미국가산업단지 1·2·3단지를 환경개선을 통해 제조 혁신 공간으로 재조성하고자 지난 2009년 시범단지로 지정해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산업단지공단과 구미시 주도로 9개 사업이 진행돼 2천400여 억원이 투자됐다.
이 중 산학연 융합단지와 구미산학융합지구, 구미 근로자 기숙사, 산재예방시설 등 5개 사업은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사업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9월,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4년까지 구미국가산업 1·2·3단지 1 707만㎡를 대상으로 구조고도화를 추진해 6만3000㎡를 개발했다.

면적으로만 보면 대상지의 0.37%에서만 구조고도화를 이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국가5산업단지의 개발도 지지부진해 지역경제활성화에 대한 모멘텀이 없는 상태다.

구미 외국인 단지의 경우 현재 22개 첨단외국기업이 입주해 3,5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구미도 삼성,엘지등 대기업만 바라보기 보다 외국기업을 많이 입주시켜 공용창출 효과를 늘려나가고,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도 현 정부가 철회해 지방공단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추진해도 결실을 못 본 KTX 구미 정차로 교통인프라 구축을 통해 구미공단 활성화에 이바지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구미시민은 김관용, 남유진 전 시장에 대해 오랫 동안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자리 보존만 했지 뭐한 게 있느냐며 반문해 민주당 출신 장세용 시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는 과거 LG디스플레이가 구미산단 4단지 인근에 LCD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부지 확장 허가를 요청했는데 구미시가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자 경기도가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LG디스플레이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또한 남 시장과 당시 지역 국회의원이 여당 시절 차기 선거에 대비 지역민에게 지나치게 높은 보상가를 책정해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로 5단지 분양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일고있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분양이 저조한 5공단을 구미시장은 외국인단지로 일부 지정해 4단지처럼 외국기업을 많이 유치해 지역경제활성화와 일지리 창출에 온 힘을 들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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