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초기 대응 부적절 탓"

▲ 지난해 포항 강진으로 파괴된 대웅파크 건물 기둥.
지난해 포항 강진의 피해로 건물붕괴 위험이 있는 흥해읍 대웅파크 주민들이 정부에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을 아직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17일 전파 판정을 받은 흥해읍 대웅파크는 지난해 11월 15일 본진으로 건물 기둥이 뒤틀리거나 훼손돼 붕괴위험에 치달았으나 지진피해 정도를 눈으로 쉽사리 알아보기 힘든 탓에 올 1월 중순까지 관계기관은 완파가 아닌 소파로만 규정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의 기지로 본진 이후 4개월 만인 지난 3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의 심각한 파손과 붕괴위험성이 가까스로 입증돼 전파판정을 받았다.

이후 주민들은 전파에 해당하는 재난지원금을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지만 당국은 해당 건물이 지난 2월 11일 발생한 규모 4.5 여진 피해로 인한 전파로 보고 재난지원금과 구호성금의 지급을 여태 지연시켰다.

본진 피해로 전파 판정을 받은 인근 대성아파트 등은 이미 성금과 재난지원금의 지급을 모두 마친 것과는 차별을 둬 해당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주민들의 보상이 지연되는 이유에는 행정당국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웅파크는 지난해 강진으로 아파트 건물의 내 외벽에 심각한 균열이 갔다. 균열이 간 벽면의 상하 부위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하게 벌어지는 것을 이상히 여긴 일부 주민은 건물 하단의 피해가 의심이 간다며 땅속에 묻힌 건물 하부의 피해를 확인하기 위한 굴삭기 등 지원을 포항시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용역업체에서 지진피해 건물 조사가 한창이었고 이 업체 역시 하단 피해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주민은 박모 씨 부부다. 이 부부는 굴삭기 등 지원을 거부당하자 하는 수없이 호미를 이용해 척박한 아파트 마당을 파기 시작했다. 이들은 땅을 판지 보름이 지난 올해 1월 15일 흙속에 파묻혀 있던 아파트 기둥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 씨 부부의 짐작대로 아파트 기둥은 파손되거나 부러져 붕괴위험이 제기됐고 주민들은 한밤중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지진피해 조사를 펼친 용역업체는 파손된 사실을 접하고도 붕괴위험이 지적된 이틀 뒤인 1월 18일 소파판정을 내려버렸다.

소파결정에도 불안한 주민들은 인근에 마련된 이재민수용시설로 대피했다. 주민들의 요구에도 복지부동이던 포항시는 상황의 급박함을 뒤늦게 감지하고 이 아파트의 붕괴위험성을 우려해 6회에 걸쳐 현장점검을 펼쳤고 결국 지난 3월 17일 전파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처음부터 우리의 말을 들었다면 붕괴위험성이 진작 드러났다”며 “전파 판정을 지진 초기에 받지 못한 것과 보상이 지연된 책임은 전적으로 행정당국에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이달 말 정부 산하 관계기관과 해당 건물에 대한 보상 협의를 마치게 된다”며 “당연히 전파로 인한 보상과 성금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흥해읍 대웅파크 주민 50세대는 살던 집을 잃고 포항지역 곳곳에 흩어져 전월세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지금까지 지급된 재난지원금과 성금은 한 용역업체의 엉터리 조사결과로 인한 소파피해 판정에 따라 200만원이 지원된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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