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자가 사고 처리 과정 찬찬히 살펴봐야

자동차보험을 들면 보험회사 주도로 모든 사고처리가 명백하게 밝혀지고 해결될 것이란 가입자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의 교통사고를 보험료 할증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보험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사망과 중상해 사고, 12대 중과실을 제외하고는 사고 발생 시 신체적 구속을 당하지 않고 사고처리에 임할 수 있다.

특히 대물사고처럼 경미한 사고 발생 시 전문가 집단인 두 차량의 보험회사가 협의를 거쳐 과실범위를 산정하고 원만한 사고처리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회사가 다 알아서 처리할거야”, “이런 일을 위해 보험을 드는 것이 아니겠어”라며 보험회사의 도움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교통사고로 인한 가입자 보험료 할증을 위해 사고비율을 높이려 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지난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산정방법과 분쟁조정의 개선을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상 주행 중 피해를 당한 차량에까지 2:8이나 3:7 등으로 책임을 전가해온 기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 방식에 대해 금융당국이 메스를 꺼내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추진안에 따르면 우선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방법에서 '일방 과실'(가해자 100%) 적용이 확대돼 가해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개선된다. 손해보험협회의 현행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는 차량 간 사고 과실(총 57개) 중 일방과실(100:0) 적용 사고가 9개뿐인데, 앞으로는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직진차로에서 무리한 좌회전 시도, 근접거리에서 급 추월·차로 변경 시도 등 피해 운전자가 예측 및 회피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해 가해차량의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이 신설된다. 현재는 이들 사고의 피해차량이 20~30%씩 책임을 떠안아 왔다

이는 명백히 드러나는 피해 차량임에도 과실 비율이 나오도록 몰아가 보험료 인상의 빌미로 삼고자 한 것에 대한 소비자 보호 조치의 하나이다.

이는 보험회사를 신뢰하고 보험을 가입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으로 보험사의 철저한 자기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과 가입자도 보험사만 믿지 말고 사건처리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도내 한 중소도시에서 소형승용차와 SUV차량의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두 차량의 운전자들은 같은 단체에 소속돼 친분이 있던 사이인지라 원만한 사고처리를 약속하며 귀가했다.

이튿날 가해자로 추정되는 A씨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가해차가 아닌 피해 차량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되고 주변인들로부터도 동일한 얘기를 듣게 되자 태도가 돌변, 상대 차량 운전자와 갈등이 시작됐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많은 차량이 짧은 시간에 지나야 했던 터라 당시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A씨는 보험회사 직원의 말을 믿고 자신이 피해 차량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두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마저 발생한 사건을 정확히 기록하지 못한 관계로 두 당사자의 갈등은 더욱더 심화됐다.

고성이 오가던 중 결국 경찰에 사건 접수를 했고 현장 조사와 함께 사건 처리가 이뤄졌다. 경찰은 B씨 차량이 주차된 상태였으며, A씨 차량이 급속히 모퉁이를 돌면서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하자 A씨가 분노하며 B씨는 물론 현장을 찾은 경찰에게 강력히 불만을 토로하며 항의했다.

결국 50만원대 대물 관련 교통사건으로 지인 관계였던 두 사람은 원수 아닌 원수가 되고 말았다. 이후 사건은 A씨의 100% 과실로 처리됐다.

이 사건을 통해 가해자 A씨의 보험사는 B씨 차량을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A씨 차가 피해차량이라고 상대인 B씨 보험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B씨의 보험사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은 채 가입자인 B씨에게 경찰에 고소하라고만 조언해 사건을 키웠다.

결국 A씨의 보험사는 손해 배상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가해자인 고객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려 했고, B씨의 보험사는 진상 규명에 대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사건을 밝히려면 경찰 신고밖에 방법이 없다며 B씨를 부추겼다.

결국 두 보험사의 농간에 사건을 원만히 처리하려 했던 두 사람은 지인에서 원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B씨는 “한 해에 1백만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보험회사가 받고서도 사고 시엔 발뺌을 거듭하고 상대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몰아가는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며 “관계 당국의 강력한 처벌과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기존에 손해보험협회 내 분쟁조정기구의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던 동일 보험사 가입 사고, 50만원 미만 소액 사고, 자기차량손해 담보 미가입 차량 사고 등도 분쟁조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든 차대 차 사고에 과실비율 분쟁조정 서비스를 제공,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소송 비용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과실비율 인터넷 상담소를 만들고 과실비율 상담전화(02-3702-8500)도 신설, 과실비율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손쉽게 신뢰도 높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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