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이래로 미군철수를 위해 외쳐온 위장평화구호이다. 이를 이용한 김정은과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평화공세’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 없음’으로 인해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북한은 미군 유해 55구를 오산으로 송환한 것(8월 1일 오후 하와이로 이송됨)을 계기로 미국에 대해 ‘종전 선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29일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 리스트’를 제출해야 종전 선언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는 비핵화 본질과 관련한 직접적인 조치가 없으면, 대북 체제 보장 논의는 시작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미 트럼프 정부의 지금까지 행적을 감안해서 분석하면, 북한의 CVID(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나 대북지원 재개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전쟁 패전국에나 사용할 만한 용어라며 강력 반발해 왔다.

북한이 비핵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협상전술로 ‘종전선언’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관측할 수도 있다. 즉 핵무기 신고·검증·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의 비핵화 방안을 거부하고 살라미 전술로 대응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先(선) 종전 선언’을 요구하는 북한 측에 먼저 본격적 비핵화와 관련된 전제 조건이 충족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핵 프로그램 전체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의 선전매체들과 우리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친북선전수단들이 맹목적으로 북한 핵실험장이나 미사 일 발사대 해체 및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 등을 북한의 비핵화 제스쳐에 부응하는 미국의 대응조처로서 종전선언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이 먼저 핵 신고를 해야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고, ‘북한에 속았다.’는 미 朝野(조야)의 비판을 어느 정도 무마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측은 북한의 유해 송환을 환영하면서도 이를 종전 선언과 연계하는 발언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미 트럼프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해 송환이 북한이 비핵화를 하리란 확신을 더 갖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해 송환은 북한의 위협을 없애주는 실질적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4주째 선전 매체를 총동원해 ‘종전선언’은 미국의 마땅한 의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미국이 움직이지 않자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남조선 당국이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권을 겨냥하여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압박에 굴한 문재인 정권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를 전제로 하지 않은 종전선언을 미국에 강요하지만, 오히려 미국은 문재인 정권이 북한산 석탄 환적 등을 통해 대북제재를 허문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의 근본 목적은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NLL(북방한계선) 무력화 등 북한의 장기적인 대남 전략 목표와도 연결된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과 달리 전쟁이 끝났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정치적·상징적 행위다. 그럼에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은 우선 ‘종전선언’을 하면, ‘법적 구속력과 상관없이 미국의 군사 공격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중요시하는 ‘체제 보장이 상당 부분 충족될 수 있다.’라고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종북좌익들이 ‘종전선언’을 통해 주한미군철수, 평화협정, 연방제 구현이라는 북한의 적화통일 전술에 附和雷同(부하뇌동)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이 당초 요구하던 ‘정전협정 기념일 계기 종전선언’은 물 건너갔지만, 북한은 향후에도 ‘종전선언’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남·북·미·중 외교장관이 모이는 이번 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만큼 미국은 이를 비핵화를 압박하는 ‘카드’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성공시키려는 것은 김정은이의 적화계획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질수록 남·남 갈등은 커지고 한·미 동맹 체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날이 북한의 기만전술이 본격 가동하는 날이다. 그건 우리 대한민국에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종전 선언’에 동의한다면 북한은 그 대가로 반드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실질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대북재제 완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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