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10.9% 인상 재고 필요성을 제기하자, 주무부처 장관인 김영주 노동부장관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사실이 지난 15일에서야 알려졌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고용시장에 타격을 줄 염려가 크다”며 “경총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이의신청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주 노동부장관은 “지금까지 최저임금에 관해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전례(前例)가 없는 것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입을 피해는 미미할 것”인 점을 들어 수용 반대의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날 국무회의로부터 사흘 후인 지난 3일 내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확정돼 발표됐다.

이로부터 보름이 지난 지금, 고용 악화의 성적표를 받아들고서야 청와대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는 탄식을 내뱉고 있다. 아니 많은 국민이 실업과 경기 불황, 실직, 폐업 등으로 살 길을 고민하며 절망에 빠져있었는데 몰랐다니?

우리나라 최초로 최저임금이 정해진 1988년 462.5원을 시작으로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됐다. 특히 IMF 극복 후인 2001년(1,865원·16.6%)~2002년(2,100원·12.6%)을 제외하고, 그 이후 2년 연속해서 30% 가까이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에서 인상된 전례는 없다.

또한 4천원에도 못 미치던 2007년(3,480) 이후 지금까지,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은 올해와 내년을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영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5.7%이며, 독일은 4%, 일본은 3%선이다.

1988년 이후 한해도 빠트림 없이 매년 인상돼 오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민은 운용(運用)의 묘(妙)를 살려 최저임금 인상을 하자는 것이다.

지역과 업종별 근로 강도, 규모, 기업의 지급 능력 등에 따라 적절히 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반발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도 단계별로 나눠 차등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주 52시간 근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려는 주 52시간 근로에 반발하는 것이지,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례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민생이다. 결국, 견디다 못한 국민이 저항과 불복종을 외치고 나서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 정부 정책에 선의(善意)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가와 국민에 필요한 것은 '정책(政策) 운용(運用)의 묘(妙)'다. 전례(前例)를 따질 때가 아니다.

전례를 벗어난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는 정권이 왜 이럴 때 전례를 찾는지 알 수 없다. 전례가 아닐 시엔 더 많이 점검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칭 진보정권이 주장하는 전례에 뭔가 어색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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