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동료교수 한분이 학생들과 미얀마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첨단농업을 하고 싶다고들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첨단농업 내지 스마트농업 하면 대개 온실을 떠올리기에, 더운 나라인 동남아에서 왜 스마트농업이 필요할까 궁금해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지역에서 온실은 필요 없으나 일반 수목이 아닌 환금작물의 경우 물과 영양분이 제때 제대로 공급되어야 적기수확과 품질보증이 가능하다고 한다. 필자는 청년기에 농사를 약간 지어본 경험이 있고, 지금도 화초들을 많이 가꾸고 있으며, 전공분야인 지역개발의 한 전략으로서 스마트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인들이 동남아·러시아 등지에서 농장과 종묘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얻어들은 지식이 좀 있는 편이다.

동남아지역은 아열대기후이기에 커피, 바나나, 망고 등 과일나무와 고무나무, 유칼립투스 등의 나무를 많이 심는다. 커피는 가격경쟁이 심하기는 하나 좋은 환금작물이다. 바나나는 전염병으로 인해 멸종위기과일로 분류되기에 건강한 바나나품종 개발이 시급하다고 본다. 고무나무는 천연고무의 원료로서 중요하며, 유칼립투스는 빨리 자라기에 펄프로 쓰이고 약재로도 이용된다. 이들 나라에서 고무나무며 유칼립투스가 잘 자라기는 하지만 물과 비료의 필요한 양과 성분을 모니터링해서 제공한다면 비용이 절약되고, 성장이 빠르고, 품질도 좋아질 것이다. 나무에 칩을 심어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물 부족이고 사막화지역이라서 체계적인 용수공급이 식수와 산업용으로 필요하고 농업진흥을 위해서도 농업용수가 크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들이 저수지와 수로들을 건설하고, 강우 및 중수도 활용 등에 힘을 쓰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동티모르 같은 나라들은 비용 관계없이 ‘담수화’에 크게 의지하기도 한다. 스마트농업의 경우, 작물재배를 위한 물 및 영양분 공급상황이 모니터링·자동제어 되기에 물 소모량은 1/10로 영양분공급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시설들을 갖추는데 자본이 필요하고 영세한 지역농민들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의 투자, 혹은 국가의 지원 하에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농업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며, 생산성도 높지 않고, 시장기능도 미비한 편이다. 전통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물 공급을 위시하여 비료, 농업기계화 정도 등이 생산량 증가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좋은 품종 소개, 영농방법 지도, 마케팅 등이 또한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좋은 품종은 다국적기업에서 구매하고 로얄티를 내는 경우가 많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영농방법을 가르쳐줄 농업기술센터 등 교육기관이 필요하고, 국내외 공동마케팅을 위한 농업협동조합 내지 농업인조직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이 언급하는 스마트농업도 농업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스마트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개 파프리카, 토마토, 버섯 등을 재배하는데, ICT기술을 통한 작물생육계측·분석이 가능하고 PC·Mobile을 통해 상시체크 가능하므로 이를 통해 계획생산·연중생산·재배환경최적제어·작업자동화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온실에너지공급이 필수라서 시설비용 등 수지타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태양광·소각로폐열 등 대체에너지 이용과 시설비저렴화 등이 필요할 것이나 아직은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필자는 포항기후에서 커피나무, 사탕수수, 바나나, 강황, 키위, 닥나무 등의 재배에 관심이 많다. 커피나무는 고랭지품종을 재배하면 온실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사탕수수는 묘목을 온실에서 기르고 4월경 밖에 심으면 가을 이전에 수확이 가능하다고 본다. 바나나는 큰 화분에 심어 여름에는 밖에서 겨울에는 온실로 이동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강황은 포항에서 재배가능하며 시장성이 좋다. 키위는 일제 때 심어진 듯 보이는 몇 그루가 포항야산에 남아있는 것처럼 품종에 따라 텃밭재배가 가능할 것이다. 닥나무는 오래전부터 재배되던 것으로 성장이 빨라 2년 후부터 가지를 잘라 펄프로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외에도 양봉, 약초 및 건강식품재배 등이 수익을 가져 올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도시텃밭에 관한 칼럼을 쓴바 있는데, 그때 포항에서도 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음을 알았다. 도시텃밭은 품종이 잘 선택되고 운영이 잘 된다면 시민들 유기농먹거리 확보에 도움이 되고, 일의 즐거움과 커뮤니티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도시조경과 녹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포항시에서는 도시녹화와 공원조성을 위해 ‘그린웨이조성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데, 도시농업 내지 도시텃밭도 그 전략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흥해농업기술센터에 가면 온실도 있지만 한편에 꽃호박, 수세미 등을 심어 큰 터널 겸 그늘 막을 만들어 놓았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동대학교의 일반대학원과 국제개발대학원에 재학 중인 개발도상국 공무원 출신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견학한 적이 있지만 이러한 덩굴터널을 도심 빈땅이나 공원에 조성해놓으면 경관 상으로는 물론 열매수확도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흥해도시재생계획에도 ‘스마트팜’이 들어 있던데, 고부가가치작물재배, 첨단기술접목 등을 통한 품질 및 마케팅향상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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