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경주엑스포 외유성 예산 집행 많아

김영만 군위군수 호치민 21명 참가, 4박5일에 1인당 200여만원 집행
일부 단체장만 이코노미석 고집 예산절감 의지 드러내
남유진 전 구미시장 경북단체장 가운데 가장 많은 출장비 사용


경북도내 일선 시군 자치단체장들의 해외출장 비용이 자치단체별로 4배 이상 달하는 격차가 나고 일부 자치단체장의 경우 외유성 해외출장에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가운데 비용을 출장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코노미석을 고집하는 단체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시장·군수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도록 돼있지만 일부 시장·군수는 필요에 따라 이코노미석을 타는 경우도 있었으며, 전 좌석을 이코노미석으로 타는 단체장도 있었다.

▲대부분 외유성 행사 일정으로 형식만 갖춰
지난해 미국 출장의 경우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6명을 수행해 15박16일 일정 가운데 공식행사는 하루에 한 개정도로 국한하고 나머지는 여행일정으로 잡혀있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하루를 현지견학으로 전부 소요한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중국 충칭시와 위남시도 마찬가지였다. 현지시찰, 문화탐방, 산업시찰 등 포괄적으로 뭉뚱그려 넣은 일정으로 돼 있어 실제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여행과 관련된 것인지 알 수 없도록 돼있었다.

상주시의 경우 11회의 해외출장 일정 중 6개가 아랍에미리트와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농특산품 홍보판촉 행사라 굳이 단체장까지 판촉 때마다 참석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주시는 일정 중 일부는 아예 공식일정이 아닌 문화탐방을 따로 잡아두기까지 했으며, 안동시는 제남시 대표단, 제남샘물축제 대표단, 삿포로겨울축제 답사를 통한 방문 일정에는 모두 견학 및 관람에 단체장이 직접 참여했다.

포항시도 훈춘에서 물류센터 시찰과 농가방문, 세관 참관 등 구체적이지 않은 일정으로 하루를 전부 보내고 후쿠야마에서 장미공원 및 행사부스 방문, 페스티벌 참석, 행사 관람 등 행사를 이유로 외유성이 짙은 일정도 있었다.

이 외에도 대부분 시·군에서 방문 일정에 답사 형식으로 일정을 추가해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을 부추겼다. 여기에다 경북도 같은 지난해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해 도내 시·군의 참여를 독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단체장의 외유성 해외출장의인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거의 모든 시·군의 단체장들이 참석했는데 리셉션 및 개회식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을 잡고 남는 시간은 문화탐방으로 꾸려져 있어 사실상 지자체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군위군은 호치민 엑스포에 김영만 군수를 비롯해 모두 22명이 대거 참석했다. 상당수 시·군이 단체장과 수행원 등 일부가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군위군은 이 행사에 3천960만원 집행했다. 일정도 외유성이 강하다.

8일 하노이로 도착해 바딘광장과 한기둥사원을 견학하고 9일 번롱과 지하수중 동굴 견학, 10일 푸남마을과 푸롱헌 교류 일정 등 나흘째인 11일 마찬가지 개막식에 참여해 다음날 귀국했다.

영덕군도 모두 10명이 참가했다. 여행경비는 1인당 190여만원씩 모두 1천912만원을 집행하고 11일 엑스포 참관 뒤 하루에 공식일정은 하나씩만 넣어두고 모두 자유일정으로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경시의 경우 9일 베트남에 도착해 10일은 유니콘섬에서 열대과일 농장을 방문, 전통민요공연을 감상하고 정크선 탑승 및 열대우림 방문 일정에 11일 당일에도 호치민 시내 문화탐방 후 저녁 엑스포 개막식에만 참여해 다음날 귀국했다.

▲경북도내 지자체별 해외출장비 현황
민선6기(2014년 7월~2018년 6월) 동안 자치단체장들의 해외출장 경비내역은 다음과 같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11회·1억8천645만원), 이강덕 포항시장(8회·1억5천969만원), 박보생 전 김천시장(13회·1억4천796만원), 백선기 칠곡군수(12회·1억3천949만원), 이정백 전 상주시장(11회·1억1천952만원), 장욱현 영주시장(10회·1억1천946만원), 곽용환 고령군수(8회·1억708만원), 권영세 안동시장(10회·1억437만원) 순이다.

1억원 이하로는 최영조 경산시장(9회·9천682만원), 김영만 군위군수(4회·8천383만원), 이승율 청도군수(6회·6천41만원) 김영석 전 영천시장(5회·5천154만원), 김주수 의성군수(4회·4천352만원), 이희진 영덕군수(2회·4천339만원), 고윤환 문경시장(6회·4천189만원) 순이다.

대체로 3선을 지내다 퇴임을 앞둔 전임시장들의 해외 출장이 잦고 액수 또한 높았으며, 그 다음은 재임하는 시장·군수 순이다. 일각에서는 마지막 임기를 앞두고 외유성 출장을 많이 잡은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경주시는 정보공개 기한을 끝내 미루면서 까지 공개하지 않아 전임 최양식 시장의 해외출장 경비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

해외 출장에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 부은 남유진 전 구미시장의 경우 지난 2016년 6월12일부터 19일까지 독일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5명이 동행했는데 총 2천928만원을 투입해 1인당 500여만원을 사용한 셈이다.

박보생 전 김천시장 역시 지난해 8월6일부터 11일까지 아랍에미리트 KTX지역경제거점개발 연구용역 조사를 목적으로 8명이 동행해 2천927만원을 투입했고 동행인들은 개인당 341만원을, 시장은 520만원을 사용했다.

▲권영세 안동시장 항상 이코노미석만 ‘모범’
단체장은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중 어느 것을 타느냐에 따라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넘게까지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의 예산 절감에 대한 의지가 좌석을 선택할 때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조사대상 16개 자치단체 가운데 8개 시·군 단체장 가운데 남유진 전 구미시장, 박보생 전 김천시장, 김영석 전 영천시장, 이정백 전 상주시장, 고윤환 문경시장, 장욱현 영주시장, 이희진 영덕군수 등은 모두 비즈니스를 탔다.

이강덕 포항시장의 경우 8회 여행 가운데 3회를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번갈아 탔다. 최영조 경산시장도 9회 여행 중 4회는 이코노미석을 탔으며, 곽용환 고령군수도 8회 여행 중 5회는 이코노미석만 탔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4회 중 2회를, 김영만 군위군수는 4회 중 3회를, 이승율 청도군수는 6회 중 2회를, 백선기 칠곡군수는 12회 중 11회를 이코노미석을 탔고, 권영세 안동시장의 경우 10회 여행 중 모두 이코노미석만 고집하기도 했다.

언급된 시·군의 경우 장거리 여행일 경우 단체장의 피로 누적으로 인해 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비즈니스석으로 운영하는 지침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

시민단체 대표 A씨는 “퇴임이 다가올 때마다 외유성 행사에 시장·군수가 같이 가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며 “시·군민의 혈세로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절대적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 B씨도 “경북도가 시장·군수를 오라고 독촉해서도 안 되지만 그곳을 합당하게 여행지로 삼는 단체장들도 문제”라며 “게다가 거리가 짧은 출장지는 이코노미석을 타도 불편이 없을 텐데 비즈니스석만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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