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욱 건강증진의원장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는 아직 없다. 그러나 고위험군(1차 친족 중 2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Peutz-Jegher 증후군 환자, 1차 친족 중 1명 이상의 BRCA2, p16유전자 이상 그리고 유전의심성 비용종성 대장암 유전자 이상을 가진 환자)에서는 췌장암 조기 검진을 위한 주기적인 선별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췌장암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 방법으로 첫 번째로는 복부 초음파 검사가 많이 사용된다. 이 검사는 안전한 검사이나, 검사자의 능력에 따라 정확도가 크게 좌우되는 데다 췌장의 몸통, 꼬리 쪽을 자세하게 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환자의 비만도와 장내 공기 등에 의한 검사상의 제약이 있다. 작은 크기의 췌장암은 진단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두 번째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이 있다. 흔히 CT라고 하는 전산화단층촬영은 초음파검사보다 췌장암의 진단과 병의 진행 단계 측정에 더 유용하다. 췌장암의 병기 결정에 꼭 필요하므로 고령의 황달 환자 중 췌장암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경우엔 초음파보다 CT를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세 번째 영상 검사법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이 있다. CT 결과가 애매할 경우에는 자기공명영상이 진단에 추가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췌관이나 담관의 관찰에 매우 효과적이며 간 전이를 잘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내시경검사법 중에는 내시경 초음파검사(EUS)가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췌장암 진단의 정확도가 매우 높고 검사하면서 동시에 조직검사도 가능하다. 췌장 종양과 만성 췌장염의 감별, 2cm 이하 작은 종양의 진단, 췌장암의 병기 결정 등에 내시경 초음파검사가 일반 초음파검사나 전산화단층촬영(CT)보다 유용하다는 보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CT 결과가 애매하거나 십이지장 유두부(췌관과 담관이 합류하는 곳) 등을 관찰해야 할 때, 또는 췌액의 채취나 췌관 내 생검과 세포진 검사가 요구될 때 선택적으로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위 내시경검사보다 힘들고 간혹 심각한 합병증도 올 수 있으므로 경험 많은 의료진이 주관해야 한다. 그 외에 핵의학 검사법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있다. PET 검사는 암세포에서 당(糖) 대사가 활발한 것을 이용하는 검사법이다. 잠재 전이 병소의 발견이나 수술 후의 재발 판정, 암의 호전 여부 판별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췌장암은 수술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수술적 절제는 암이 췌장에 국한된 경우에 적용한다. 수술 방법은 암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항암화학요법이라 불리는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일정한 주기로 체내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생명을 연장하고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또는 수술 후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들의 성장을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최근 들어 표적치료제라는 것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상당한 성과도 거두어 일부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표적치료제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나타나는 수용체나 단백질, 유전자 등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정상 세포에 피해가 가급적 덜 가도록 하는 약물이다. 그러나 췌장암에의 효과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연구 중에 있다. 그 외에 방사선치료와 함께 항암제를 투여하면 생존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 중에 방사선을 조사하기도 하며, 암이 뼈로 전이된 경우에 통증 완화와 골절 예방을 위해 뼈 전이를 발견하는 즉시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췌장암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췌장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이기는 하지만 발생률이 상당히 드문 편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육류나 당분 섭취를 피하면서 건강한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금주와 금연은 췌장암 예방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비만이 각종 암의 위험요소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 관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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